▶ 앤드류 박 / 아주사 퍼시픽대 피아노 교수
“젊어 고생은 사서 한다”고 했다. 그 결과 “아픈 만큼 성숙해 진다”고도 했다.
하지만 막상 우리의 몸과 마음을 옥죄는 스트레스를 마주하게 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딪쳐 이기겠다는 생각보다 피해 갈 방법을 먼저 찾는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서점에 즐비한 스트레스 관련 서적들, 그 책을 뒤적이며 해결책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보면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는 불가피하다는 걸 다시 확인하게 된다.
나 역시 스트레스 때문에 주변에 도움을 청하기도 한다. ‘이럴 땐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느냐’고 묻고 그들의 조언을 듣고, 그대로 따라 하기도 한다. 먹거나, 잠자는 것으로 무거운 짐에서 벗어나려 할 때도 있고, 운동을 한다든가 음악을 들으면서 스트레스를 잠시 잊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정답이 아니다. 잠시 피할 순 있지만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스트레스’ 하면 쉽게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기사 마감을 앞두고 있는 기자나 무대에 서야 하는 연주자나 가수들, 요즘처럼 경제상황이 어려운 시기에는 부동산이나 금융, 주식업에 종사하는 이들이야 말로 스트레스를 떠안고 살아야 할 것이다. 스트레스는 어른들만의 것도 아니다.
부모로부터 “이건 안 돼, 저건 안 돼!” 잔소리 들으며 자라는 어린 아이에서부터 대입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점수를 올리려 안간힘을 쓰는 고교생들까지 스트레스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디 학생들뿐인가. 아이들 성적에 울고 웃는 엄마들의 마음은 또 어떠할까. 한국에서는 입시 스트레스 때문에 약이 나왔을 정도란다. 고3 수험생들이 먹는 ‘고삼탕’, 그 엄마들을 위한 ‘고삼 엄마탕’까지 나왔다니 스트레스의 위력은 정말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같은 스트레스라 해도 받는 태도에 따라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뉘게 된다. 하나는 경주마형이고, 다른 하나는 거북이형이다. 경주마가 달리기 위해선 채찍질이라는 스트레스가 필요하다. 경주마는 그 스트레스를 피하지 않고, 채찍질을 더 열심히 달리는 기회로 삼는다. 스트레스가 삶의 건강한 자양분이 되는 경우다.
반면에 스트레스에 짓눌려 몸을 움츠리며 한 발짝도 더 나가지 않으려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거북이형이다. 괴로운 상황은 보지 않겠다고 몸속에 머리를 숨기는 거북이처럼 말이다. 하지만 머리를 숨겼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누군가 나에게 어떤 유형에 속하느냐 묻는다면, 자랑스럽게 나는 경주마형이라고 답할 것이다. 많은 무대에 서면서 나는 내가 경주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피아니스트로 아무리 많은 무대에 섰어도 매번 무대에서 설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관중들에게 좋은 연주를 선보여야 한다는 스트레스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무대에 서는 것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 계기는 수많은 관중 앞에서 연주한 내 자신의 연주 녹화 테입을 확인하게 되면서였다. 보통 집에서 부담 없이 연주할 때에는 느낄 수 없었던 특별한 나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스트레스가 승화되어 나타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에너지를 경험한 것이다.
사람마다 스트레스의 종류도, 극복하는 방법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인생의 높은 담을 현명하게 뛰어 넘을 때마다 우리는 훌쩍 더 커져 있을 것이다. “오늘 불편함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면 당신은 아무런 성장도 하지 못한 것이다”라고 말한 제임스 로어의 말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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