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조난자라고 하던가. 탈북자들을 말하는 거다. 그들이 겪는 참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철저하게 버림받은 존재- 그들에게 손을 내밀었다. 집으로 불러들여 그 눈물을 씻어 줬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니다. 미국 대통령이다. 조지 W 부시다. 아무도, 심지어 한국정부마저 외면했던 탈북자 가족을 백악관에 초청했던 것이다.
정치적 쇼는 아니었을까. 북한을 ‘악의 축’의 하나로 지목하는 강경외교정책을 구사한 게 부시였으니까. 딴은…. 그게 그런데 아닌 것 같다.
전직으로 물러난 지 6년이 지났다. 그러나 조용히, 쉬지 않고 벌여온 일이 있다. 북한주민, 특히 탈북자들의 참상을 알리고 돕는 것으로, 부시 인스티튜트가 그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무기력한 대통령의 표본이 되다 시피 했다. 그러나 퇴임 후 초연히 없는 자를 돕는 일에 매달려왔다. 결국 현직 때보다 더 영향력이 있는 인물이 됐다. 카터다.
미국사회는 그에게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렸다. 1974년 탄핵을 받고 백악관에서 쫓겨난 것이다. 그런 그가 부활했다. 끊임없는 저작활동을 통해서다. 그 저작에 사람들은 하나 둘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나’를 버렸다. 정파적 칼라도 지워졌다. 그런 그의 충고에 후임 대통령들은 귀를 기울였다. 어느 덧 그는 당파를 초월한 현명한 원로로 대접받기 시작했다. 닉슨이다.
전 세계를 통해 가장 배타적인 클럽이란 말을 듣는다. 그 회원 조건은 수천만, 아니 수 억 명 중의 한 명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전직과 현직 대통령으로 구성된 미국의 대통령 클럽이다.
이 대통령 클럽은 진정한 의미에 있어 트루먼 대통령 시절에 시작됐다. 트루먼은 민주당출신의 33대 대통령이다. 그런 그가 대공황의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워싱턴 뒤안길에 머물고 있던 공화당 출신의 31대 대통령 후버에게 조언 요청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래서 발족된 게 후버 위원회로 중앙정보국(CIA) 등 중요한 국가기관탄생의 산파역할을 했다. 전후 아사 직전의 유럽을 구한 트루먼의 업적도 후버의 조언을 통해서다.
대통령 클럽은 화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화해를 통한 상호존중이 성공적인 클럽으로 만들었다. 전직은 현직을 존중한다. 현직은 전직을 깍듯이 모신다.
이 대통령클럽은 미국의 엄청난 정치적 자산이다. 전직들의 경험과 지혜, 그리고 정파를 초월한 조언은, 평화시절은 물론이고 위기 때 특히 천군만마의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회고록 내용을 놓고 전직과 현직 정권이 충돌하는 양상으로 비쳐져서다. 사이가 좋지 않은 것은 다 알려져 있다. 그렇지만 금도라는 게 있다. 품격이라는 게 있다. 그래서 나오는 것이 한숨이다. 고작 그 정도 수준인가 하는.
그건 그렇다고 치고, 탈북자의 아픔을 쓰다듬고 돕는 한국의 전직 대통령. 이건 불가능한 이야기일까. 통일은 공허한 말이 아닌, 가슴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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