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 2015년은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해이다. 2015년을 맞이하여 남과 북이 함께 평화롭고 안정적인 남북관계 발전을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남북대화를 통해 남북관계 복원을 하겠다고 남과 북의 지도자들이 신년사에서 밝혔다. 이렇듯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하더니 또 다시 한반도 분위기가 동토처럼 얼어붙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2015년 한국정부의 합동업무보고를 보니 통일준비에 관한 여러 가지 이상적인 구상은 많은데 그 구상들을 실현하고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전략은 별로 보이지 않아 유감이다. 당연히 남북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많은 남북 간 사업들이 추진될 수 없다. 그래서 남북대화가 최우선적으로 필요하다.
핵심과제인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유인하는 전략의 부재이유는 뭔가? 북한은 남북대화의 전제조건을 제시하고 남한은 조건 없는 남북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대화의 전제조건들을 고집하면 남북관계 복원은 물 건너가게 된다. 북한의 3가지 전제조건은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지, 대북 전단 살포 중지, 그리고 5.24 조치 해제 등이다. 북이 주장하는 이 전제조건들은 어느 것도 남쪽이 당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이다. 한국정부는 이런 핵심이슈들을 남북대화를 통해서 공동노력으로 함께 풀어나가자고 제의했다. 그런데 북한은 대화의 전제조건들만 고집하고 있다. 북은 대화하겠다고 말로만 하지 말고 진정성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북미대화 유인책으로 금년도 한미 합동군사훈련 중단과 제4차 핵실험 중단을 맞교환하자고 제의했지만 한국과 미국이 이 제의를 수용할 리가 없다. 북한은 이런 제안보다 현실적으로 미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구상을 제시하여 북미대화를 유도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3대 전제조건을 한미 양측이 받아들일 수 없어 남북대화는 점점 멀어져 가고 있다. 더욱이 북한이 요즘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고강도 대남 강경자세를 보이고 있다. 북의 ‘벼랑 끝 전략’으로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남북대화는 물 건너가는 것 같다. 남북대화의 불씨를 살리려면 북한의 전제조건을 남쪽이 수용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남북 간의 치킨게임이 한반도를 또 다른 위기로 몰고 가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남과 북이 조금씩만 양보한다면 대화의 불씨는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쪽도 그럴 분위기가 아닌 것 같다. 남쪽이 기대했던 1월 남북대화 개최는 힘들어졌다. 2월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북한의 5.24 조치 해제요구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또 3월2일부터 시작하는 키 리졸브 독수리 훈련으로 4월말까지는 남북대화가 힘든 상황이다. 혁신적인 방안의 제시가 없거나 기적이 일어나지 않은 이상 남북 간 ‘기싸움’은 계속될 것이고 독수리 훈련이 끝나는 4월말 경에야 그때의 환경과 분위기에 따라 남북 고위급 접촉이 성사될 전망이니 정말 안타깝다.
남북 간 상황이 비관적이긴 해도 타개할 수 있는 방안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것은 남북 최고지도자의 결단을 필요로 한다.
나는 다음과 같은 전략을 제언하고 싶다. 즉 한미가 3월2일부터 시작하는 금년도 한미 합동훈련의 범위를 제한 혹은 축소하고 훈련기간을 단축하는 것이 그것이다. 그러면 북한도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4차 핵실험 유예와 6자회담 재개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남북한 최고 지도자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하며 아무쪼록 금년이 평화와 통일의 원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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