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생기기 전 서양의 중심이었던 유럽은 로마가 망한 후 수많은 나라로 갈라져 있었다. 이런 정치적 분열은 유럽 문화를 다양하게 하는 역할도 했지만 나라 간 크고 작은 분쟁으로 전쟁이 그치지 않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제2차 대전이란 사상 최악의 참화를 겪은 후 유럽 지도자들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럽을 하나로 묶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1951년에는 유럽 석탄 철강 커뮤니티(ECSC)가 탄생했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경제 공동체(EEC)가 태어났다. 이를 한 단계 발전시킨 것이 현재 유럽을 대표하는 유럽 연합(EU)이다.
유럽 지도자들의 꿈은 장차 유럽을 미국과 같은 연방으로 전환시켜 미국보다 강한 유럽 합중국(USE)을 만드는 것이다. 이들은 이를 위해 통화 공동체 설립이 필수라 보고 1999년 주요 유럽 국가들의 공동 화폐로 유로화를 출범시켰다. 이렇게 하면 나라마다 다른 화폐를 바꾸느라 시간과 정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고 나라간 가격 비교도 쉬워져 경제 계획을 세우는 것도 간편해지고 유럽 전체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믿었다.
현재 영국과 스위스 등 일부 국가를 빼고 서유럽 전체, 그리고 스웨덴 핀란드 등 북구와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동구권 국가를 합쳐 총 19개국이 유로화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의 총 인구는 3억3,000만, 경제 규모는 9.5조 유로로 한 때 미국에 육박했다.
그러나 더 이상은 아니다. 미국 발 금융 위기가 한창이던 2011년 1유로를 사려면 1달러 50센트를 줘야 했지만 최근 유로화는 1달러 12센트 선으로 추락했다. 유로가 이처럼 폭락한 것은 유럽 중앙은행이 미국의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를 본 따 경기를 부양하겠다며 유로를 마구 풀기로 했기 때문이다.
거기다 지난 주 그리스에서 급진 좌파 시리자가 집권하면서 그리스가 유로 존을 탈퇴하느냐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탈퇴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IMF와 유럽 은행이 요구했던 긴축 정책은 상당히 완화될 가능성이 크고 그렇게 되면 그리스와 처지가 비슷한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도 같은 요구를 할 것이 분명하다. 가뜩이나 저성장 고실업에 시달리고 있는 유럽 경제가 새로운 재정 위기를 맞을 처지에 놓인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럽 경제가 당분간 양적 완화 외에 다른 처방을 기대할 수 없고 좋아지기보다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유로화는 달러화와 대등한 수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유럽에서 장사를 하는 미국 기업은 같은 1유로를 팔아도 달러로는 수입이 20% 준 셈이어서 울상이지만 유럽 물건을 수입하는 사람들과 유럽으로 놀러가는 사람들은 바긴 세일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그동안 살인적 물가 때문에 관광을 미뤘던 사람들은 저렴한 비용으로 유럽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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