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의 역사는 이민의 역사다. 고향과 친족과 아버지의 집을 떠나 미지의 땅으로 가는 아브라함은 이민자의 전형이다. 아브라함뿐이 아니다. 이삭, 야곱, 요셉 등 창세기 족장시대 주요 인물들은 정처 없는 유랑생활로 일생을 보낸다.
이렇게 시작된 이스라엘 민족은 두 차례의 거대한 엑소더스(Exodus)를 경험한다. 애굽에서의 탈출과 바빌론유수에서의 해방이다.
고향을 등진다는 것, 다시 말해 이민은 한 마디로 고달픈 삶이다. 그러나 이민에는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축복이 따른다. 그것이 성경에서 찾아지는 하나의 공식이다.
‘이민은 축복이다’-. 이는 현실의 세상에서도 과연 사실일까. 적지 않은 관련 연구들은 ‘yes’라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언어, 문화, 전통은 물론이고 DNA로 보아도 같은 핏줄, 같은 민족이다. 이처럼 같은 민족인데도 엑소더스를 경험한 그룹은 고향땅에서 안주해 온 그룹에 비해 엄청나게 강한 생명력을 보인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온 유대인 그룹에서 발견되는 현상이다.
유대인뿐이 아니다. 중국, 인도인 등도 마찬가지다. 디아스포라 중국인, 디아스포라 인도인 등은 외국생활이라는 불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본국인에 비해 엄청난 성취도를 보인다.
한국인도 예외가 아니다. 그 케이스의 하나가 통칭 ‘이북사람’으로 불린 6.25 피란민들이다. 또 다른 케이스는 한인 디아스포라, 해외이민자들이다.
고향을 등졌다. 돌아갈 곳이 없다. 그 절박한 상황에서 부모들은 가족의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다. 그런 환경에서 자란 2세들은 이상하리만치 강한 생명력을 보인다. 육신적으로도 건강하다. 그리고 학업 성취도도 높은 것이 이들의 특징이다.
단단한 가족애(family value)로 묶여진, 그리고 엑소도스를 경험한 가족. 거기서 많이 목격되는 것은 위대한 세대의 위대한 스토리다. 이 스토리에서 빠질 수 없는 또 다른 요소가 있다. 위대한 시장의 힘이랄까. 자유경쟁체제라고 할까 하는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영화 ‘국제시장’이 무서운 기세로 관객 수를 늘리면서 무성한 뒷말과 함께 정치, 이념논쟁까지 벌어져서다.
‘산업화 세대가 기억하고 싶은 추억만 간추려 신파조로 엮은 영화’- 다시 말해 우파가 만든 영화라는 것이 좌파의 주장이다. 논쟁은 박근혜 대통령의 애국심 강조 발언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그 영화를 그렇게 정치적 시각으로만 볼 필요가 있을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국제시장’이란 영화도 그렇다. 이 영화를 지리적, 시대적 엑소더스를 경험한 가족, 그 세대가 보여준 강한 생명력, 이제는 노년이 된 세대의 위대한 생존 스토리로 볼 수는 없는 것일까.
걸핏하면 벌어지는 이념논쟁이 지겹게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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