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을 통해 특정 기관의 정보를 빼내거나 전산망을 마비시키는 사이버 테러의 가능성이 처음 제기된 것은 90년대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 되면서부터다. 2000년을 앞두고 소위 ‘밀레니엄 버그’ 위험이 제기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다행히 이는 기우로 끝났지만 인터넷이 생활화된 요즘 금융 기관이나 전력 공급업체에 대한 대규모 사이버 테러가 발생할 경우 그 피해는 전쟁 발발에 준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일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전 세계에서 사이버 테러 능력을 잘 갖춘 곳으로 손꼽히는 나라가 있다. 바로 북한이다. 소위 ‘비대칭적 전력’에 관심이 많은 북한은 일찍부터 사이버 전사를 양성해왔으며 지금 그 수준은 상당하다. 북한은 90년대부터 사이버 인력을 길러 왔으며 정찰총국이 사이버 전 조직을 총괄 관리하고 있다. 그 산하에 있는 전자 정찰국 사이버전 지도국(121국)에만 3,000명의 인력이 배치돼 있으며 매년 120명의 해킹 전문 인력이 배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사이버 전 인력은 1만2,000여명으로 추산되는데 미 국방부 산하 반 사이버 테러 요원 수가 6,000명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북한이 사이버 전에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북한은 2009년 한국과 미국의 주요 사이트를 디도스 공격으로 마비시키는 사이버 테러를 감행했고 2011년에도 청와대, 국가 정보원, 금융기관, 그리고 농협 전산망을 마비시켰다.
그 북한이 이제는 소니 등 외국 기업까지 공격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소니사가 김정은을 풍자한 코미디 ‘인터뷰’를 크리스마스에 맞춰 개봉하려 하자 스스로를 ‘평화의 수호자’(Guardians of Peace)로 부르는 단체가 소니 데이터베이스를 해킹해 수 만 건의 이메일 등 내부 문서와 개봉되지 않은 영화 등을 공개해 버렸다.
북한은 이 단체를 찬양하면서도 관련성은 부인했는데 그럼에도 백악관은 지난 주 북한을 소니 해킹의 배후로 지목했다. 일부에서는 백악관이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과거 북한의 행적을 보면 북한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백악관이 증거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미국이 북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 지를 알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는 것이 옳다. 상대방이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알려줘 이에 대비하게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알 수 없지만 오바마가 북한의 사이버 공격에 걸 맞는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직후 북한의 인터넷 사이트가 마비됐다. 9시간 여 만에 다시 복구가 되기는 했지만 또 다시 마비 상태에 빠져 들었다. 미국 정부는 개입 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고 있다.
사이버 공격은 그 배후를 밝혀내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밝혀내더라도 그 증거를 공개하기 어렵다. 이번 북한의 소니 공격이 좋은 예다. 북한이 사이버 테러를 좋아하는 이유도 비용이 별로 들지 않고 일이 터진 후 발뺌하기 좋기 때문이다.
소니에 대한 사이버 테러로 한 건 올린 것 같던 북한이 자신의 전산망 마비로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거기다 북한의 위협에 굴복해 ‘인터뷰’ 상영을 중단하려던 소니가 백악관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를 다시 개봉하기로 했다.
가만 놔뒀으면 별 볼 일 없는 코미디로 묻혔을 영화가 이번 소동으로 지명도만 높아졌다. 북한의 소니 사이버 테러는 득보다 실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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