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학자들이 소홀히 넘어간 무리들이 있다. 그들은 영웅호걸도 아니고, 그렇다고 흉악한 악인으로 단정 지을 수도 없다. 그러나 그들이존재함으로써 역사는 추악한 형태를 지니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은 누구일까. 소인(小人)이라는 게 현대 중국의 문화사학자 위치우이의 지적이다.
곰팡이 같다고 할까. 조금만 부주의하면 무섭게 번져나간다. 그게 소인들의 끈질긴 생명력이다. 소인배는 인간사 어디에나 끼어들기 마련이다. 작은 사조직이나, 국가 권력에나.
문제는 그런 소인배가 권력을 휘두르게 됐을 때로, 소인배들이 날뛰는 세상, 그 기록의 집대성이 바로 중국 역사인지도 모른다.
수 천 년 역사에서 태평성대는 한줌의 세월밖에 안 된다. 그리고 도도히 흐르는 게 탁류의 난세(亂世)로,그 난세의 주인공은 소인배 중의 소인배, 간신(奸臣)들이다.
무수한 왕조가 명멸한 중국사에서 간신은 그 수가 차고도 넘친다.
때문에 웬만한 소인배 정도로는 ‘간신 열전’에 들어갈 수도 없다.
그 같은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수 천 년이 지난 오늘 날에도 그추악한 명성이 자자하다. 그러니까, 간신 중의 간신으로 꼽히는 인물의 하나가 중국 진나라 시절의 환관 조고다.
진시황이 죽자 비밀에 부치고 어리석은 차자를 황제로 옹립한다. 그리고 정적에서부터 왕족을 모조리 죽인다. 그런 그가 남긴 유명한 고사성어가 ‘지록위마’(指鹿爲馬) 다.
조고는 어린 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바치며 “좋은 말 한 마리를 바칩니다”고 고했다. 그러자 호해는 “어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오”라며 신하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조고는 사슴이라고 말한 사람을 기억해 두었다가 죄를 씌워 죽였다.
환관 출신들이다. 그리고 일세의 간신으로 악명을 떨친다. 그런 인물은 중국사에 조고로 끝나는 게 아니다. 중국 후한말의 십상시, 명나라 때 위충현 등 하나둘이 아니다. 진짜 저질 간신은 그러나 환관출신 보다는 지식인을 자처하는‘문인(文人)형 간신’이다.
명 세종 때의 엄숭이 그 전형이다. 과거에 급제한 당대의 지식인이다. 그런 그가 황제의 총명을 가린 채 20여년간이나 국정을 농단한 것이다.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무를 할 책임이 있다. 그걸 저버린 인물들이기에 더 엄정한 지탄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간신의 피해는 얼마나 컸나. "천하를 다스리는 일은 군자가 여럿 모여도 모자란다. 그런데 망치는 일은 소인 하나면 족하다.” 송서(宋書)에 나오는 이야기다. 거기에 다산 정약용은 한 마디 덧붙였다. ‘간신은 비(碑)를 세우고 이름을 새겨 영원히 기억하게 하라’고.
그 간신과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암군(暗君)이다. 암군으로 상징되는 어지러운 정치, 그 음습한 분위기에서 곰팡이처럼 번지는 하나의 현상이 간신의 발호이기 때문이다.
‘십상시’란 말이 일상용어가 되다시피 했다. 청와대 문건파동과 함께. 그리고 대한민국의 2014년을 되돌아보는 사자성어로 ‘지록위마’(指鹿爲馬)가 꼽혔다.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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