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강력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올 연말 크리스마스에 맞춰 개봉될 예정이던 영화 ‘인터뷰’를 극장에서 보기 힘들 모양이다.
북한의 최고 지존이자 절대 권력자인 김정은을 풍자한 이 영화는 제작 초부터 북한의 온갖 협박을 받았는데 이 영화 제작사인 소니는 결국 이에 굴복, 뉴욕에서 있을 예정이던 시사회를 취소했으며 이 영화 주연인 셋 로건과 제임스 프랑코도 ‘투나이트 쇼’와 ‘레이트 쇼’등 토크쇼 출연을 모두 취소했다. 소니사는 극장 체인들이 이 영화를 상영하지 않는다해도 이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이와 함께 주요 체인들이 줄줄이 상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최근까지 무덤덤하던 소니가 이렇게 입장을 선회한 것은 아직 개봉도 되지 않은 소니 영화들이 해킹을 당하면서부터로 보인다. 아직 누구 소행인지 밝혀지지 않았지만 북한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한의 공갈을 그냥 넘길 수는 없었던 것 같다. 만에 하나 이런 위협을 무시하고 영화를 개봉했다가 대형 사고가 터진다면 이미지 추락도 추락이지만 피해자의 손해 배상 소송을 견디지 못했으리라.
소니를 해킹했다고 자처하는 ‘평화의 수호자’ (Guardians of Peace)라는 단체는 성명을 통해 “‘인터뷰’를 상영하는 극장은 2001년의 9/11 사태를 기억해야 할 것”이라며 “세상은 곧 소니가 얼마나 끔찍한 영화를 만들었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의 정체에 대해서는 아직 분명치 않지만 성명의 내용이나 톤은 북한의 관영 매체와 매우 닮아 있다. 북한 관영 언론 웹사이트에는 “미국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존엄을 해치기 위해 엉터리 영화제작업자를 매수해 도발을 일삼고 있다”며 “미국에서 그런 영화가 상영된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로 우리의 정신적 지주를 빼앗고 사회주의 체제를 무너뜨리려는 전쟁이자 테러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번 ‘인터뷰’ 소동은 아직도 미국 사람들이 북한을 얼마나 모르고있는가를 보여준다. 이영화 주인공 셋 로건은 독재자를 풍자하는 코미디물을 만든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참여했다며 북한의 협박은 장난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소니는 소니대로 이런 가능성에 대한 검토 없이 영화를 만들어놓고 북한의 공갈에 굴복해 개봉조차 제대로 못 하게 돼 모양새를 구겼다.
북한은 이번 공갈 협박으로 ‘인터뷰’의 상영을 막는 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북한 체제의 허약성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지도자에 대한 풍자영화를, 그것도 외국에서 상영하는 것조차 못 견디는 체제는 취약하기 그지없는 체제다.
어떤 사회가 독재냐 민주냐, 건강하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그 나라 지도자에 대한 풍자가 어느 정도 허용되느냐와 밀접히 연결돼 있다. 미국 심야 코미디 프로의 단골 메뉴는 대통령에 대한 풍자지만 백악관이 이에 대해 항의를 하는 일은 찾아 볼 수 없다. 하루 빨리 북한에도 김정은이 코미디의 소재로 등장하는 날이 오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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