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만났다. 처음으로.” ‘인간의 조건’의 저자로 유명한 앙드레 말로가 샤를 드골을 만난 후 한 말로 전해진다.
인간 정신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알기를 진심으로 원한다. 인간 정신을 알게 해주는 데 있어서 아주 뛰어난 적임자다. 군 출신이다. 무미건조해 보인다. 오만한 인상도 준다. 겉으로 풍기는 인상이다. 그 드골에게서 그런 인간 드골을 본것이다.
드골과 말로는 자라난 환경도, 사상적 노선도 다르다. 군인 출신인 드골은 골수 우파다. 말로는 젊은시절 한 때 공산주의에도 심취했던 좌파다.
드골은 1차 대전에 참전했고 2차 대전 때는 자유프랑스군을 이끌었다. 말로는 스페인 내전에서 파시스트정권에 저항하는 좌익투쟁에 참여하고 2차 대전 때는 레지스탕스의 일원으로 싸웠다.
이 둘이 처음 대면을 하게 된 때는 1945년이다. 그 첫 만남에서 말로는 드골에게서 인간을 발견한다. 이후 둘의 관계는 평생 우정의 관계로 발전해 간다. 드골이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말로의 인생은 대전환을 이루게 된다. 문화상으로 입각을 하게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은 유럽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프랑스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서부터 손을 댈지 모를 정도로 전쟁의 파괴력은 심각했다. 경제를 재건하기에도 빠듯한 상황이었다.
그런 정황에서 문화상 말로는 문화예술위원회를 새로 발족시킨다. 예술가 지원 보장법을 제정한다. 프랑스의 모든 기념물과 예술적 자산 현황파악과 함께 국가차원의 보호 작업에 나선다. 하나 같이 돈이 드는 정책이다.
당연히 뒤따른 게 행정 관료들의 반발이다. 비난이 고조된다. 드골은 그러나 일체 간섭하지 않았다. 전폭적인 신뢰 가운데 전권을 위임한 것이다.
콧대가 높고 말이 많은 것이 프랑스의 문화인들이다. 우파 드골 정부에 대해 쏟아졌던 이들의 비난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찬사로 바뀐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깊은 통찰력과 함께 좌우를 모두 포용하는 그 아량, 그공정성이 그들을 감복시킨 것이다.
드골과 말로의 만남은 현대 프랑스 역사에서 가장 광휘로운 시점으로 꼽힌다. 자유, 평등, 박애에 기반을 둔 정치기반이 마련됐다. 그리고 문화대국 프랑스의 오늘이 있게 했기 때문이다. 드골과 말로는 오늘날 프랑스에서 가장 사랑받는 정치인, 위인으로 꼽힌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이 아니다.
어이가 없다고 할까. 3류 저질 드라마라고 할까. 한국의 문화체육부를 둘러싼 추문이 낯 뜨거울 정도여서다.
‘도대체가…‘- 탄식이 절로 나온다. 명색이 문화 주관부처다. 그 부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은 그런데 ‘문고리 권력’의 옷자락에 매달린 치졸한 힘겨루기다. 그 야만성이라니. 한류(韓流)의 장래까지 암담해 보인다.
드골과 말로의 이야기는 프랑스에서나 가능한 것인가. 소통부재, 분열이 일상화돼있는 한국의 정치풍토에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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