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9년 2월4일 밤 직장에서 돌아온 아프리카 기니 출신 이민자인 아마두 디알로는 바람을 쐬려고 뉴욕 자신의 아파트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가는 길에 느닷없이 “멈춰. 머리에 손 올려”라는 백인 경찰관들의 명령을 받게 된다. 백인 경찰관 4명은 디알로를 자신들이 쫓고 있던 흑인 강간범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어리둥절해진 디알로는 자신의 재킷주머니에 손을 가져가는 행동을 취했고 경찰은 이것을 총을 빼려는 것으로 오인해 무려 41발이나 되는 총탄을 퍼부었다. 디알로는 지갑을 꺼내려 했던 것으로 나중에 밝혀졌다. 경찰관들은 기소됐지만 모두 무죄평결을 받았다. 평결 후 미 전국이 들끓었다.
하지만 디알로의 억울한 희생 이후에도 같은 참극은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8월 미주리 퍼거슨에서 18세 흑인 마이클 브라운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백인 경관 대럴 윌슨에게 24일 불기소 결정이 내려지자 전국 흑인커뮤니티가 분노하고 있다. 농구 수퍼스타 매직 존슨은 트위터에 “흑인 젊은이들이 불필요하게 목숨을 잃는 것을 막으려면 우리가 힘을 모아야 한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불필요하게 목숨을 잃는 흑인 젊은이들’은 단순히 울분만을 담고 있는 표현이 아니다. 흑인들, 특히 젊은 흑인들이 공권력의 주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은 새삼스런 사실이 아니다. 몇 년 전 베벌리힐스 지역을 운전하는 흑인들이 경찰에 자주 적발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인종 프로파일링’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다.
당시 경찰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지만 10여개 주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인종 프로파일링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흑인으로 운전하는 것’(Driving While Black)이라는 자조적 탄식에는 이에 대한 억울함이 배어있다.
모든 의무를 공평하게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어떤 차별도 있어서는 안 되는 게 공권력의 기본이다. 경찰관은 그 중심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은 이런 기본과 원칙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체포되는 사람들의 전형은 젊고 빈곤한 도시의 흑인 남성이다. 18세 이상 흑인 남성의 체포비율은 같은 연령대 백인 남성들보다 4~5배가 높다. 같은 사유로 체포될 때 경찰로부터 물리력을 행사 당할 확률도 백인보다 3~4배가량 높다.
흑인들의 사회경제적 여건과 그들이 실제로 저지르는 범죄행위가 원인이긴 하지만 이것만으로 젊은 흑인남성들이 사법당국으로부터 받는 가혹한 대우를 전부 설명할 수는 없다. ‘흑인 젊은이로 사는 것’(Living While Young Black) 자체가 이미 죄가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든다.
윌슨이 총을 쏜 정확한 상황은 알 수 없지만 브라운이 백인이었어도 같은 운명을 맞았을지 의문이다. 이미 대배심의 판단은 내려졌다. 하지만 연방법무부는 이와 별개로 퍼거슨 경찰이 인종 프로파일링에 관여했는지, 또 과도한 물리력을 사용했는지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아무쪼록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 더 이상 어처구니없는 죽음이 되풀이되지 않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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