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 시 조선군이 육전에서 첫 승리를 거둔 전투는 양주(楊朱)전투다. 왜병이 진격해오자 조선 국왕선조는 서울을 버리고 도망친다. 왜장가토 기요마사는 왕의 어가를 덮치려고 기습대를 파견한다.
그들을 맞아 싸운 곳이 양주이고 이 전투를 승리로 이끈 사람은 당시 부원수 신각(申恪)이다. 그 신각 장군은 그러나 바로 참형을 당한다. 왜.
당시 총사령관 격인 도원수는 김명원이었다. 왜병이 몰려오자 달아났다.
신각은 그와 헤어져 마침 응원하러 온 함경병사와 군사를 합쳐 요격에 나서 적을 전멸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당시 상황을 유성룡은 징비록에 이렇게 기록해 놓았다.
“왜병이 침략해온 후 우리 군사가 처음 이긴 싸움으로 백성들은 모두 좋아 날뛰었다.” 그러나 한 통의 엉터리 보고서 때문에 신각은 죽음을 당한다. 도원수 김명원이 신각이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다는 장계를 올렸고 당시 우상 유홍이 선조에게 그대로 보고하자 바로 선전관을 보내 군중에서 죽인것이다.
4성 장군의 목이 날아갔다. 최전선 13만 병력을 거느린 1군 사령관이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멋대로 근무지를 이탈하고 술에 만취해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렇지 않아도 잇단 병영사고로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그런 마당에 대장이라는 사람이 그 같은 추태를 부리다니. 그 사실이 보도되면서 바로 해직됐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동부전선 최고 사령관직을 맡을 수가 있었을까. 보도대로라면 형편없다는 정도로도 모자란다. 한심할 정도로 자기관리가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러니 사실이라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 보도는 그러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사전 보고를 하고 근무지를 잠시 비웠다. 식사와 함께 반주를 든 건 사실이지만 술에 취하지도 않았다. 시민들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건 더구나 허구다.
이는 1군 사령관 전역조치 후 국방부 재조사를 통해서도 확인됐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일이 있을 수 있었나.
진상은 이렇다. 지난 6월 술에 취한 신현돈 1군 사령관을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목격했다는 한 민간인 신고가 있었다.
국방부는 내부적으로 질책하는 선에서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다 뒤늦게 보고받은 대통령이 전역시키라고 하자 사건이 발생한 지 거의 석 달 만에 갑자기 전역 조치한것이다.
1군 사령관이 관련된 사안이다.
국방부는 그런데 진상을 알아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대통령의 한마디에 옷을 벗겼다. 더 한심한 것은 억울함이 드러났다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국방부의 그 자세다.
군은 명예를 먹고 산다. 그 군의 꽃은 대장, 4성 장군이다. 그런 4성장군이 청와대의 불호령에 명예는 땅에 떨어지고 그만 목마저 달아났다.
오로지 최고위층의 심기안보에만 급급한 한국의 국방부. 전선안보에는 이상이 없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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