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 십 년간 미국 기업체에서 노조의 힘은 계속 약화돼 왔다. 기술 혁신으로 인한 노동력 절감, 세계화에 따른 공장의 해외 이전, 동종 외국 근로자들과의 경쟁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부분 사기업에서 노조가 전에 비해 유명무실해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날이 갈수록 힘이 세져가는 노조도 있다. 바로 공무원 노조다. 공무원 노조는 기술 혁신과 세계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공무원 서비스 자체가 다른 데서 대신 받을 수 없는 독점인데다 공무원이 하는 일을 해외 인력으로 대치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2013년 현재 일반 근로자의 노조 가입률은 6.7%에 불과한 반면 공무원의 노조 가입률은 35%에 달하고 있다. 공무원 노조는 이런 특징을 활용, 정치인들과 손을 잡고 자신의 권익을 지키는 데는 비상한 능력을 발휘해 왔다.
공무원의 여러 권익 가운데 일반 사기업 근로자와 비교해 가장 뛰어난 것이 연금이다. 일반 사기업체는 은퇴 후 매달 일정액을 지급하는 전통적 방식의 연금이 스스로 매달 일정액을 적립해 나중에 찾아 쓰는 401K 식으로 바뀐 지 오래됐지만 공무원만은 아직까지 그대로다. 거기다 그 액수도 최근까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계속 올라만 왔다.
공무원 연금이 이토록 탄탄대로를 걸어온 것은 정치인 입장에서는 당장 돈 안 들이고 이들 표를 쉽게 얻을 수 있고 공무원 입장에서는 장차 안락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균 수명이 갈수록 길어지고 정부가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연금 지급에 필요한 돈을 제대로 넣지 않으면서 줘야할 돈과 적립돼 있는 돈과의 간격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있는 돈이 줘야 될 돈의 70% 미만으로 떨어지면 ‘재정 불건전 연금’ 판정을 받는데 현재 미국 50개 주 중 26개가 이런 상태다. 가주도 예외는 아니어서 가주 공무원 연금으로 줘야할 돈은 800억달러, 이들 의료비로 줘야할 돈은 640억달러가 부족한 상태다. 브라운 주지사는 2012년 신규 공무원의 은퇴 연령을 늦추고 본인 부담액을 늘리는 개혁안에 서명했지만 이는 표피를 건드린데 불과하다는 게 중론이다.
요즘 한국도 공무원 연금 개혁 문제로 시끄럽다. 한국 공무원의 연금도 표를 의식한 정치인들의 선심 쓰기로 계속 늘어만 왔다. 김대중 때부터 이를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100만 공무원과 그 가족 표가 무서워 무산됐고 노무현, 이명박 모두 엄두를 내지 못했다.
지금 제도를 2080년까지 끌고 가면 이로 인한 재정 적자 폭이 2,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오래 전 한국 정부는 재정 파탄으로 문을 닫을 것이다. 내년이 지나면 2016년에는 국회의원 선거가, 2017년에는 대선이 있다. 선거를 앞 둔 정치인들이 스스로 표 깎는 짓을 할 리가 없다. 내년이 마지막 기회다. 한국민과 정치인들이 올바른 선택을 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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