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총서 사상초유 프락시 대결... 이사회-외부 주주 갈등 전면 부상
▶ 이사진 정원 줄여
23일 태평양은행 주총에서 윤석원 이사장(맨 왼쪽)이 프락시 표결을 이유로 주총 시작 지연을 발표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23일 열린 태평양은행 2014년 주주총회에서 프락시(proxy·주식위임장) 대결을 통해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 대신 외부 추천 이사가 선출돼 2004년 은행 창립 후 초유의 프락시 경쟁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그 동안 수면 밑에 가라 앉아있던 기존 이사진과 윌리엄 박 한미은행 이사를 중심으로 한 외부 주주그룹 간의 갈등이 수면 위에 전면적으로 부상한 것으로 향후 이사회 운영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과 후유증이 예상된다.
당초 이날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었던 주총은 일부 주주들이 추천한 새라 전씨와 로버트 와이트 등 2명의 외부 이사 후보에 대한 표결이 먼저 진행되면서 1시간이 지연된 11시에야 시작될 수 있었다.
결국 프락시 표결을 통해 당초 이사진이 추천했던 김성철(김&리 회계법인 대표) 이사 후보가 탈락하고 외부 투자자들이 추천한 2명 후보 중한 명인 투자은행 뱅커 출신의 로버트 와이트가 이사로 선출됐다. 김성철 이사 후보의 경우 태평양 은행이 지난 9월 외부 전문직 사외이사 보강차원에서 이사 후보로 영입을 발표했지만 이날 양 측 간의 표 대결에서 탈락했으나 주총 이후 열린 전체 이사회에서 추가 이사로 영입됐다.
이에 따라 이날 주총에서 이사진 추천을 받은 이상영, 윤석원, 정광진,로말선 이사와 함께 로버트 와이트,김성철씨 등이 신규 이사로 선출돼 내년 주총까지 1년간 이사로 활동하게 된다.
이번 프락시 대결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기존 이사진과 이사진 개편 등을 요구하는 외부 투자자들의 갈등에 기인하고 있다. 특히 이번에 프락시 대결을 강행한 외부 주주 그룹에는 윌리엄 박 PMAC 렌딩 서비스 회장과 윌리엄 박씨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전홍수씨 등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윌리엄 박 회장의 경우 한 때 태평양은행 지분의 8.24%(207만주)까지 소유했다가 지난 3월 한미은행 이사로 영입되면서 태평양은행 주식의 상당수를 처분, 지분율이 5% 이하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상당량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날 외부 추천 이사 중 한명이었던 새라 전씨는 전홍수씨의 부인이다.
이날 프락시 대결에 참여한 한 외부 주주는 “그동안 은행 경영과 이사진 운영에서 철저하게 배제 당했던 외부 주주그룹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결국 프락시 대결을 강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프락시 대결을 통해 소수 주주를 대표하는 외국인 인사가 영입되면서 태평양은행 이사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어 향후 이사회 운영에서 상당한 갈등이 예고되고있다.
외국인 이사가 영입됨에 따라 당장 영어로 이사회를 진행해야 한다.
그러나 한 기존 이사는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 한 명 외부 이사가 얼마나 영향력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말하는 등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한편 이날 주총에서 주주들의 이사진 정원을 기존 7~13명에서 5~9명으로 줄이는 안을 통과시켰다. 진형기 이사는 올해 주총을 끝으로 퇴진했다.
<조환동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