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김정은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9월초부터 10월 중순까지 약 40일 동안 한국 언론들은 그에 관한 확인되지 않은 각종 ‘설’들을 보도형식으로 마구 쏟아냈다. 군사 구테타에 의해 축출됐다는 ‘김정은 체포설’부터 가족력인 뇌졸중으로 쓰러져 여동생인 김여정이 대리 통치를 하고 있을 가능성에 이르기까지 온갖 루머들이 보도되면서 김정은 유고사태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억측이 무성했다.
하지만 이런 억측은 김정은이 지팡이를 짚은 채 현지지도를 하는 모습이 노동신문에 실리면서 잠잠해졌다. 그의 몸이 불편한 것은 분명하지만 통치기반은 여전히 건재하다는 것을 사진은 확인시켜 주었다. 김정은 관련 뉴스들은 언론에서 가장 금기시 하는 ‘아니면 말고’식 보도의 전형이었다.
폐쇄적인 북한은 그 실상을 취재하기가 가장 어려운 체제이다. 정보원도 제한돼 있고 무엇보다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다 보니 정확한 내용을 취재해 기사화하기가 그만큼 어렵다. 북한 관련 보도에는 한층 더 많은 노력과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이다. 한국 언론들이 북한관련 뉴스에 접근하는 방식을 보면 무책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보다는 오보라도 상관없다는, ‘아니면 말고’식의 빗나간 태도가 대부분이다. 특히 일부 보수언론들의 북한관련 뉴스에는 목적에 부합하도록 가공하고 왜곡한 흔적들이 뚜렷하다.
한국의 대표적인 오보들은 거의 다 북한과 관련된 것들이다. 김일성과 김정일 사망설은 전 세계로 퍼져나갔던 초대형 오보였다. 얼마나 오보가 잦았던지 한 인터넷 논객은 “김일성과 김정일은 예수보다 위대하다. 예수는 한 번의 죽음과 부활을 경험했지만 이들은 한국 언론들에 의해 여러 번의 죽음과 부활을 겪었으니 말이다”라고 비꼬기까지 했다.
북한에 관해 소설 같은 기사들이 쏟아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뉴스들을 열광적으로 수용하는 계층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분명한 취재원들을 인용해 주민들의 시위를 군부가 유혈진압 했다는 등, 월드컵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숙청됐다는 등 사실 확인이 안 된 기사들을 마구 만들어 내보내는 것이다. 이런 뉴스들은 뉴스 소비자들을 통해 퍼져 나가면서 사실로 둔갑되곤 한다.
‘아니면 말고’식의 보도를 해도 책임질 위험이 거의 없다는 것 또한 일그러진 행태에 한몫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어떤 내용을 내보내도 언론중재위를 통한 정정 요청이나 소송이 들어 올 우려가 없다고 여기니 이런 보도를 계속하는 것이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 볼 때 이런 무책임한 보도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다. 북한에 대한 ‘아니면 말고’식 보도는 부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그 체제를 잘못 판단하도록 만든다.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정확히 보지 못하면 오판을 낳게 되고 오판은 자칫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 언론들의 정확한 북한관련 보도는 국익을 위해 꼭 필요하다. 사실과 진실을 보도해야 하는 언론의 의무와 윤리를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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