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말(明末) 청초(淸初)의 문학비평가 김성탄은 수호지 마니아로 유명하다. 수호지를 장자, 두시(杜詩) 등과 함께 중국문학의 최고 걸작으로 꼽고 이들에 대해 ‘재자서’(才子書)라는 이름을 붙일 정도였다.
말년에 그는 법에 저촉돼 처형을 당하게 됐다. 처형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모두 사색이 돼 늘어져 있었으나 김성탄만 태연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평소 수호지의 호걸 같이 죽기가 소원이었는데 그렇게 됐다”며 성큼 일어나 걸어 나가 참수형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수호지가 조선조에서는 한동안 금서로 취급됐었다. 반역을 공공연히 미화한다. 그리고 참수를 비롯한 잔인한 살육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 이런 내용들이 감수성이 예민한 소년들의 정서함양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적을 붙잡으면 모조리 목을 베 죽인다. 그런 잔인함으로 일찍이 이름을 떨친 족속은 고대 아시리아인들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붙은 별명이 ‘headcutter’였다. 동아시아에서는 거란족이 그에 못지않은 headcutter로 악명을 떨쳤다.
목 베기는 고대 일부 야만족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17세기 영국에서도 반역자나 중죄인에게 참수형이 내려졌다. 참수형으로 생을 마친 유명(?)여인은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다. 프랑스 대혁명 발발과 함께 반역죄로 체포된 그녀는 1793년 단두대에서 공개 처형됐다.
그 끔찍한 ‘참수(beheading)’란 말이 그런데 요즘 들어 일상용어가 되다시피 했다.
무수한 시리아군 포로들을 목을 베어 죽였다. 급기야 두 명의 미국인 기자와 또 다른 두 명의 영국인도 같은 죽음을 당했다. 회교수니파 원리주의 극렬단체 이슬람국가(IS)의 만행이 공개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왜 그들은 참수란 만행에 집착하고 있는 것일까. 광신적인 집단이기 때문인가. 하나의 전략으로 봐야한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심리전의 주요전략으로 사람의 목을 베고 있다는 거다. 적에게 극도의 공포심을 안겨준다. 그럼으로 해서 감히 저항할 엄두를 못 내게 한다.
또 다른 측면도 있다. 테러리즘은 행위로 보여주는 일종의 프로퍼갠더다. 목이 잘린 시신을 보여주는 것만큼 테러단체로서 존재감을 알리는 프로퍼갠더는 없다. 적에게는 공포를 느끼게 하고 동조자들로부터는 지원자를 충당한다. 그런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참수형 공개 후 전 세계에서 지원자가 쇄도, 2000여 서방출신 외국인을 비롯해 IS 병력이 3만여 명으로 증가한 것이 그 증거라는 것이다.
그 전략이 그런데 점차 안 먹히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동안 공포에 눌려 숨죽이고 있었다. 그러던 IS 점령 수니파 부족사회에서부터 그 잔학성에 등을 돌리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잔인성은 몇 차례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다. 전쟁에서는 그러나 패배하고 있다.” 4년 전 생존 시 오사마 빈 라덴이 산하 알 카에다 조직에 보낸 편지 내용이다.
참수라는 그 끔찍한 만행에 결국 패망의 씨가 심겨져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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