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계가 올라왔다. 야인(野人) 내침의 장계였다. 곧이어 또 다른 장계가 도착했다. 현지 사령관의 작전 보고서였다. 여진족을 깊숙이 유인한 후 복병으로 섬멸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병조 판서는 그 작전을 받아들였다. 왕도 재가를 내렸다.
때마침 왕이 총애하는 한 정신(廷臣)이 입궐했다. 왕은 보고서를 보여주면서 의견을 물었다. 불가하다는 것이 그의 대답이었다. 정정당당히 싸우지 않고 적을 유인한다는 것은 인의(仁義)의 왕조로서 할 일이 못 된다는 주장이었다.
그 말에 왕은 마음을 바꾸었다. 재가를 취소한 것. 병조판서는 불 같이 노했다. 전쟁은 국가대사다. 그런데 이상주의에나 들뜬, 그리고 전쟁을 모르는 젊은 신료의 말에 결정을 뒤엎다니. 그 경솔한 처사에 격노해 왕 앞에서 사모를 벗어 내던지기까지 했던 것이다.
그 왕은 조선조 11대 왕 중종이다. 왕의 정신(廷臣)은 조광조다. 중종은 당시 사림(士林)이 내건 인의라는 정치논리에 매료돼 상식적인 군사논리마저 거부했던 것이다.
로이드 오스틴 장군. 그의 직함은 중부사령관이다. 2010년 그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주요 건의를 했다. 이라크에서의 미군 전면철수에 반대, 최소 2만4000여 병력을 남겨 놓을 것을 건의한 것. 힘의 공백상태에서 테러리스트들의 재기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와 함께.
건의는 묵살됐다. 전면철수는 단행되고. 불행하게도 오스틴의 보고는 적중했다. 미군이 철수하자 이슬람국가(IS)라는 극렬 수니파 이슬람이스트 테러단체가 이란 북부지역을 석권한 것이다.
두 주전 오바마는 또 한 번 현지 사령관 오스틴 대장의 건의를 묵살했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준동하고 있는 이슬람국가 격멸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지상군 부대가 필요하다는 건의였다. 그 건의를 묵살하고 공습만으로 IS를 섬멸할 것이라고 오바마는 공표한 것이다.
대통령과 장군들이 갈등을 빚고 있다. 오바마의 IS 섬멸 전략에 미군 지도자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먼저 공개적으로 포문을 연 장성은 중부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마티스 예비역 해병대장이다. 지상군 파견은 없다는 오바마의 전략의 문제점을 비판을 하고 나선 것이다.
관련해 주목되는 것이 마틴 뎀프시 합참의장의 발언이다. 상원청문회에서 “…필요하다면 대통령을 찾아가 미지상군 투입방안을 건의 하겠다”고 말한 것. 다름이 아니다. 현 미군 수뇌부도 백악관과 엇갈린 시각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이 논란에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끼어들었다.‘공습만으로 해결 하겠다’는 전략은 ‘스스로 올가미를 씌는 행위’라는 따끔한 일침을 가하고 나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와 백악관은 오직 공습만 주장하고 있다. 도데체 왜.
이라크 전쟁을 끝낸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 거기다가 W 부시와는 확연한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오바마의 이런 심리가 강박관념이 됐다. 그러다가 정치논리로 자리 잡게 되면서 극히 타당한 군사논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런 추측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이견을 보이고 있는 대통령과 장군들. 이슬람국가 섬멸전이 제대로 전개될지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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