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앤드류 박 / 아주사 퍼시픽대 피아노 교수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는 코미디 프로그램 속 콩트가 있다. 주인공은 어머니와 아들 철수. 학교가기 싫어하는 철수를 깨우는 어머니. “철수야, 어서 일어나! 학교 가야지.” “엄마, 피곤해 죽겠어요!”어머니는 이불을 걷어내고, 아들은 걷어낸 이불을 다시 부둥켜안고 한참을 옥신각신 한다. 이때 아들이 뱉은 말 “엄마, 저 학교가기가 너무 싫어요. 애들도 무섭고 선생님들도 싫어요!” 그때 어머니가 아들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하는 말. “이놈아, 선생이 학교에 가기가 싫으면 어쩌라는 거냐!!”선생인 나 역시 지금도 아침마다 조금이라도 더 자고 싶어 이불을 부여잡곤 한다. 그때마다 이 콩트가 떠올라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나곤 한다.
2014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아침잠을 떨치기 힘든 건 선생도, 학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선생인 나도, 이제 초등학교 1학년인 아들도 일어나서 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학교다.
새 학기를 맞은 학교는 설렘과 흥분, 기대로 넘친다. 하지만 여름방학 동안 느슨했던 일상의 흔적 때문에 마음을 다잡고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긴장감도 있다. 이젠 더 이상 늦잠을 잘 수 없고, 하기 싫어도 숙제를 해야 하며, 시기별로 치러야 하는 시험 스트레스도 감당해야 한다.
부모들은 또 어떠한가. 백 투 스쿨 쇼핑을 다니며 새 옷, 새 학용품을 구입하고, 자녀의 학습을 돕기 위해 새 학원을 찾고, 또 좋은 선생님을 모시기 위해 분주하다. 모두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선생님도, 학부모도, 학생들도 간과해서는 안되는 것, 그것은 새로운 시작을 하는 아이들과 ‘새로운 목표’를 함께 세우는 일이다. ‘동기부여’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 이 과정은 ‘이 공부가 왜 필요한지’ ‘왜 이러한 노력을 기울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며 아이들에게 목표를 향해 다가가는 원동력을 심어주는 과정이다.
나는 피아노를 배우는 학생들과의 첫 미팅에서 일 년 계획의 80% 이상을 세운다. 무슨 곡들을 몇 곡 쳐야할지, 그 곡들 중 무대에 올릴 곡은 어떤 곡인지, 콩쿠르에 나갈 때에는 어떤 곡을 선정하면 좋을지, 오디션 및 학교에서 하는 탤런트 쇼를 위한 곡들까지 학생들과의 상담을 통해 결정해 나간다. 그것은 대부분 새 학기 첫 레슨 때를 기점으로 이루어진다.
그 이유는 장기적인 계획 속에서 조금씩 발전해가는 자신을 확인할 수 있고, 그 과정을 통해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기 때문이다. 물론 큰 계획 속에는 학생들을 힘들게 만들 수 있는 어려운 클래식곡도 포함되어 있고, 흥미를 유발시키는 재미있는 재즈나 가요도 들어있다. 선생으로서 동기유발을 위한 ‘미끼’라 칭하지만 이 역시 흥미를 잃지 않고 목표를 향해 가도록 만들기 위한 일종의 학습계획인 것이다.
목표는 위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다. 제대로 된 목표가 있어야 우리는 방향을 잃지 않고 우리의 꿈을 향해 걸어갈 수 있다. ‘야, 새 학기다!’ 라고 소리치는 아이들, 그 아이들이 자신의 목표를 향해 걸어갈 수 있도록 부모는 그 곁에서 길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것이 아이의 내일을 빛나게 만들어 주는 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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