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에 사는 A씨는 몇 달 전 비행기 안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동부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를 탔는데 그가 앉을 좌석이 없는 것이었다. 온라인으로 인쇄한 탑승권에는 분명 ‘19C’라고 좌석이 표시되어 있는데 그 비행기에는 19열이라는 줄이 없었다. 18열로 비즈니스 석이 끝나고 이코노미 석은 20열부터 시작되었다.
승무원에게 물으니 게이트로 다시 나가서 그곳 담당 직원에게 알아보라고 했다. 좁은 기내 복도로 빽빽이 밀려드는 승객들의 행렬을 거스르며, 열 받아 땀을 뻘뻘 흘리며 밖으로 나오니 게이트의 직원은 툭명스럽기 그지없었다. “기종이 바뀌어서 생긴 일”이라며 새 탑승권을 발부해주었다. 승객이 예상보다 적자 항공사가 작은 기종으로 비행기를 대체해버린 것이었다.
최근 LA 공항에서 뉴욕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던 B씨는 항공사의 안내 방송을 듣고 긴가 민가 했다. 그 비행기 대신 다음날 새벽 비행기를 타면 그날 밤 묵을 호텔은 물론 1,000달러짜리 항공사 바우처를 제공하겠다는 것이었다. 앞으로 1년 간 그 금액만큼 공짜 비행기 여행을 할 수 있으니 ‘이게 웬 떡?’하며 여러 승객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항공사가 이렇게 인심을 쓴 것은 인심이 좋아서가 아니었다. 마지막 순간 취소하는 경우까지 계산하며 티켓을 팔다 보니 탑승객이 정원보다 15명이나 초과한 것이었다. 100% 만석 운항 욕심이 결국은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다.
지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항공사들은 절박했다. 여행객은 줄고 유가는 치솟자 자구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항 횟수를 줄이고 비행기를 작은 기종으로 바꿈으로써 가능한 한 빈 좌석 없이 운항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다. 아울러 무료 기내식이 사라지고 수하물 요금이 부과되었다.
거기까지는 승객들도 이해를 하고 불편을 감수했다. 그런데 ‘경비절감’에 재미 붙인 항공사들이 너무 ‘돈, 돈’ 해서 이제는 해도 너무하다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날로 늘어나는 비즈니스 석과 이코노미 플러스 석. 그만큼 일반 이코노미 석이 배치될 공간이 줄어드니 좌석 간 공간은 물론 좌석 폭이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승객들은 통조림통의 정어리들처럼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되고 그래서 잦아지는 것이 승객 간 다툼. 앞사람이 좌석 등받이를 젖혔다고 뒷사람이 항의하면서 싸움이 격해져 비행기가 비상착륙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곤 한다.항공사들이 수익에 눈멀면서 사라진 것 중 하나는 업그레이드 서비스. 프리미어 고객 등 단골 승객들에게 넉넉하게 제공하던 업그레이드가 이제는 옛일이 되었다. 아무리 단골 승객이라도 추가요금을 내야 업그레이드를 허용하는 분위기이다. 이런 운영에 비판이 없지 않다. 당장은 이득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고객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구름 위를 여유롭게 비행하는 비행기 내 인심이 너무 각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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