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2일,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다. 동포로서 모국 대통령의 미국 방문 날에는 일손을 놓고라도 가서 환영하고 싶어야 할 텐데 왠지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쉬고 싶은 날이 될 것 같다. 기쁨보다는 걱정과 심란함이 앞선다.
박대통령의 해외 나들이가 이명박 전 대통령과 비교하여 잦은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유난히 해외순방이 잦아 보인다는 평가가 있는 데 거기에는 이유가 있다. 집안이 시끄럽고 어지러울 때마다 외국에 나가는 것 같이 보이기 때문이다. 외국 방문이 국내에서 ‘불통의 이미지’ 그리고 ‘책임 도피의 이미지’가 특히 문제가 될 때와 시기적으로 맞아 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도 한국 내에 산적한 문제에 대해서 한국의 대통령은 대답을 하지 않는다. 지난 4월16일 세월호 참사가 터지고, 언제든지 찾아오면 대화하겠다고 했던 대통령이 세월호 유가족의 청와대 방문을 경찰력을 동원해서 막고 있다.
5월19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라고 했던 대통령은 담화 직후 아랍 에미레이트 행 비행기에 환하게 웃으며 올랐다. 그리고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 진상규명을 외치던 유가족과 시민들은 강제해산과 강제연행을 당하게 되었다. 이를 두고 국민들은 ‘수상한 출국’이라고 이름 붙였다.
세월호 이전 지난 가을 유럽 순방 때에도 한국은 국가정보원의 대선 개입과 민간인 사찰 문제로 살얼음 정국을 경험하고 있었다. 국회가 파행 직전으로 치닫고 있는데 대통령은 유럽 순방을 택했다. 그리고는 한국의 국고로 유럽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세일즈 외교를 벌였다고 홍보를 했다. 이를 두고 국민들은 ‘조공 방문’이라고 이름 붙였다.
그리고 외국 방문 때마다 대통령의 의상이 어떠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언론들은 파파라치 역할을 자처하였다. 일부 언론은 “박대통령이 등장하자, 비가 그쳤다”는 낯 뜨거운 찬양도 주저치 않았다. 대통령의 외유는 외국에서 곧잘 기적을 일으키는 ‘창조’의 이미지로 뒤덮였다. 이를 두고 국민들은 ‘패션쇼 외교’라고 이름 붙였다.
이번 뉴욕 방문은 국민들에게 어떻게 읽혀질까? 세월호 정국을 회피하기 위한 어떤 다른 계획으로 읽혀질 만하다.
뉴욕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반대시위가 대대적으로 준비되어지고 있다. 책임지고 진상규명하겠다고 한 대통령이 유가족들과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으며, 광화문에서 국민들의 단식이 50일 이상 진행되고 있는데도 이 보다는 해외순방을 더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모국의 원수를 이런 식으로 맞는 데 대해 동포사회에서는 비판 여론이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뉴욕 방문과 관련해 두려운 것이 있다. 혹시라도 이번 미국방문 동안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어떤 탄압이 진행되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아랍 에미레이트 방문 당시 세월호 진상규명 시위대에 대한 본격적인 진압과 연행이 이뤄졌었기 때문이다. 모국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무작정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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