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金房) 앞 보도블록 틈에 괭이밥풀 웅크리고 있다
흔하디흔한 풀도 귀해서 휴대폰카메라로 나는 사진을 찍는다
금방이 배경인 풀
사람들은, 풀은 보지 않고 금방만 자꾸 보고 간다
배경 좋지 않다고 한탄하던 이웃 한 사람은, 배경에 혹해 혼사 치렀다가
1년도 채 못 넘겼지만 여전히,
풀 따윈 안중에 없다
안중에 없어서 목이 마르고 안중에 없어서 안중에 없어서 뿌리 뽑히지
않은 괭이밥풀을
햇살 몇 줄기가 꽉,
그렇게 한참, 한참 그렇게 새파랗게 끌어안고 있다
- 배한봉(1962- ) ‘포옹’전문
금방(金房)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발밑에 핀 하찮은 괭이밥풀. 따위는 안중에 없고 괭이밥풀 또한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 이들은 서로 다른 부류이다. 그런데 배경만으로 인연을 맺고 파경을 하기도 하는 사람들과 달리 보도블록 사이에 피어난 괭이밥풀은 사랑을 하고 있나보다. 햇살과 한참, 또 한참 꽉, 포옹하고 있단다. 황금만능의 몹쓸 세상에 낮은 데서 생명의 진정성을 찾아내는 화자의 마음이 참 건강하고 소중하다.
- 임혜신<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