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라 돌아라 돌아라!
열 받아서 돌아버리겠거든
지하철 2호선이나 타고 돌아라
사방이 턱턱 막힌 옥탑방 2층
손바닥 같은 선풍기가 밤새 돌아도
저 고층건물의 에어컨을 낳겠느냐
선풍기가 선풍기를 낳는 이 철벽의 순환!
비즐 비즐 땀 흘리다 못 견디겠거든
순환선을 타고 돌아라 거기
사람들이 졸며 절망하며 밤새워
도는구나 돌아서 직장으로 가는구나
제정신 가지고는 한시도 살 수 없는
이 열탕지옥 같은 비정의 욕망세상
또 한 대의 순환선이 굉음을 울리며 달려든다
저 견딜 수 없는 절망이 다가온다
거기서부터 시작되는 우리들의 희망을 위하여
던져라 던져라 던져 차라리
대가리를 박고 온몸으로 뭉개져 버리고 싶은
아아 잠들 수 없는 옥탑방의 몸부림
- 박형진 (1958- ) ‘옥탑방의 딸에게’ 전문
농사꾼 시인께서 서울 딸이 사는 곳에 하루를 묵다 더위 때문에 잠들 수 없어 나와 새벽 지하철 속에서 쓴 시라고 한다. 욕망의 열탕지옥, 굉음을 울리며 도는 순환선, 옥탑방의 가난 등 도시의 절망적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정말 세상은 제 정신을 가지고는 살 수 없는 곳일까. 그러나 어디에도 희망은 있다. 시련으로 단련된 저 순정하고 절실한 희망. 내일을 기약할 수도 없는 희망이 오늘의 절망 속에서 아프게 빛나고 있다.
- 임혜신<시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