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 몇 개 붙은 호텔인가. 너무나 과분한 대접이 아닐까. 어쨌든 이토록 극진한 대접을 해주다니. 송구하고 고마울 뿐이다. 설교를 맡은 날 당회장 목사가 직접 왔다. 이렇게 친절할 수가 있나. 타고 온 차를 보는 순간 또 한 번 놀랐다. 최고급 승용차인 에쿠스가 서 있었던 것이다.
교회는 서울의 외곽 강북지역에 있었다. 출석교인은 1000여 명 남짓. 한국에서는 결코 대형교회가 아니다. 그런데 그 교회 목사가 에쿠스를 타고 있는 것이었다.
“극진한 대접을 받은 것은 좋은데, 그것 참 ….” 미주와 한국교회의 강단교환 차 한국을 방문했던 한 미주지역 목사의 말이다.
‘에쿠스를 탄다’-. 한 때는 그랜저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에쿠스가 대세라고 한다.
지방단체장이 소형차를 탄다. 그러면 뉴스가 된다. 이게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는 전국 평균 60%가 안 된다. 그런데 전국 248개 기초 및 광역 지자체 단체장 중 소형차를 타는 단체장이 한 명이라고 했던가. 그러니 신문에 날 수 밖에.
왜 이처럼 너도 나도 고급차에 집착하는 것인가. ‘차격(車格)이 곧 인격’으로 치부되는 게 한국사회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게 그런데 세속 사회에서 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양이다.
‘교인 수 수 만 명에 에쿠스를 타고 다니는 당회장 목사’- 한국의 초대형 교회의 스테레오타입으로 굳어진 지 이미 오래다. 그 초대형 교회의 성공신화를 갈망하는 탓인가. 일부 중형교회, 심지어 소형교회 목회자들도 점차 에쿠스를 선호하고 있다는 소리가 들려와 하는 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4박5일의 방한 일정을 끝냈다. 그렇지만 ‘교황 앓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교황의 행보가 비 가톨릭교도들에게도 진한 감동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왜 감동인가. 그 이유의 하나는 ‘SCV 1’이란 번호판이 붙은 차량에서 찾아진다.
‘SCV(Stato della Citta del Vaticano·바티칸 공국) 1’은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수장인 교황의 차량을 의미한다. 그 번호판이 붙은 차량이 한국의 산야를 누볐다. 벤츠도 에쿠스도 아니다. 그 차는 경차 중의 경차인 기아자동차의 ‘쏘울’이었던 것이다.
공식 관저가 아닌 성직자들의 공동 숙소 ‘산타마르타의 집’을 자신의 숙소로 선택했다. 대중교통 편으로 출근한다. 음식도 직접 해먹는다. 주로 방문하는 곳은 빈민가다. 지난해 3월 교황에 선출된 이후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여준 모습이다.
교황은 한국에서도 검소한 모습, 낮은 곳으로 향한 자세로 일관했다. 쏘울을 타고 다니는, 그 몸에 밴 성직자로서의 청빈함, 겸손함은 감동을 지나 차라리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다.
교황이야기는 그렇다고 치고, 에쿠스란 말은 무슨 뜻을 지니고 있나. 라틴어 EQUUS에서 따온 것으로 칼로 세계를 정복한 고대 로마의 개선장군이 타던 말을 의미 한다고 한다.
이 에쿠스를 한국 땅의 수많은 주의 종이란 사람들이 열망한다. 성경 속의 예수는 말이 아닌 어린 나귀를 탔는데.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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