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대승을 거두었다. 하원에서는 무려 54석을 더 얻었다. 상원의석도 10석을 더 늘렸다. ‘40년의 하원 민주당 다수시대’가 종막을 고했고 상원에서도 10년 만에 다수당이 됐다.
1994년 미국의 중간선거 결과로, 공화당은 ‘혁명’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 승리의 주역은 뉴트 깅리치였다.
보수 강경파인 그는 ‘아메리카와의 계약’이라는 보수 강령을 내걸고 클린턴 행정부를 맹렬히 질타했다. 그 강공 드라이브가 주효, 마침내 혁명적 승리를 얻어냈던 것이다.
깅리치는 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간다. 보수 이데올로기 일색의 의안을 계속 밀어붙인 것. 반비례해 클린턴 대통령의 위상은 날로 위축됐다. 재선에 빨간 불이 들 정도였다.
깅리치는 그러나 파멸의 덫을 스스로 놓고 있었다. 95년 말 새해 예산안 협상 때 공화당은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연방정부가 부분 폐쇄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게 정치적 몰락의 서곡이었다. 깅리치와 공화당 매파가 보인 그 아집에, 다수의 힘만 믿는 그 오만에 유권자들은 피로감을 보이기 시작한 것.
그 이듬해 대선에서 클린턴은 예상을 깨고 재선에 성공한다. 그러나 클린턴 탄핵을 추진하는 등 깅리치의 공세는 그칠 줄 몰랐다. 위기감을 느낀 자유 진보세력이 하나로 뭉쳤다. 온건보수 세력은 이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맞은 게 1998년 중간선거였다. 형세는 역전됐다. 공화당의 패배와 함께 탄핵도 물거품이 됐다. 급기야 깅리치는 결국 정치일선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이야기가 길어진 건 다름 아니다. 기사회생(起死回生)이라고 했나. 세월호 참사로 절망적 상황이었다. 그 가운데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은 압승을 거두었다. 예상 밖 대승으로 집권여당은 자못 의기양양한 분위기다.
그 보궐선거 압승이 혹시 집권여당에 독이 되는 것은 아닐까싶어서다.
한 새누리당 의원은 단식 농성중인 세월호 유족을 노숙자로 비유하는 발언을 했다. 불과 한 달여 전 지방선거 때만 해도 세월호 참사에 머리를 조아리며 ‘국가 개조’를 약속했다. 그러면서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던 게 새누리당이다.
그러나 승리에 취했는지 할 말과 안 될 말을 가리지 못하는 발언들이 벌써부터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을 비롯한 국가 안전과 관련한 각종 법안을 대하는 태도도 그렇다. 국회 문턱에 걸려 참사 110일이 다 되도록 단 한 건도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정치 엘리트들의 눈에는 민주주의가 만만하고 어리숙해 보이지만, 어느 순간에 민주주의는 무서운 역습을 감행한다.” 무슨 말인가. 다수의 힘만 믿는 강자의 논리, 오만의 행태는 파멸의 덫이 된다는 얘기다.
보궐선거에서 한국의 유권 층은 야당에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그 국민의 엄정한 눈길이 이제는 정부여당에 쏠리고 있다. 그 사실을 새누리당은 알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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