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한국 정전협정 61주년 기념행사가 있었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넘는 시기였고, 한국 지방 보궐선거가 있었던 주였다. 그리고 미군의 한국전 참전과 희생을 기리는 행사가 미국에서 있은 것을 계기로 데니스 쿠시니치 전 연방 하원의원은 허핑턴포스트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의 글을 실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두 번이나 출마했던 그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염려하고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을 기대했던 미군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휴전을 기념하며, 미국이 한국을 위해 수호하기 위해 싸웠던 그 가치들을 지켜나가겠다는 귀하의 의지를 온 세계가 경축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밝힌 쿠시니치 전 의원의 한국정부에 대한 공개 비판은 상당한 논란의 여지가 있는 만큼 매우 의미있게 보인다.
또한 그의 발언은 마치 미국의 한 정치인이 한국의 정치에 간섭하는 것처럼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발언의 배경과 목적, 그리고 그 방법 등을 살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코시니치 전 의원의 발언이 내정간섭이나 세계 경찰을 자처하는 강대국의 횡포가 아님을 밝혀 낼 수 있다.
먼저, 쿠시니치 의원은 한국 이석기 의원 기소, 진보당 해산청구, 부정선거 개입, 종북 낙인 등을 우려하며 “유감스럽게도 귀하 정부의 정책은 반민주적이며 그래서 우리 미군이 오래전 한국을 지키기 위해 바친 희생을 헛되게 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근심을 표명하며 이 편지를 쓴다”고 밝혔다.
그의 발언은 한미 양국 관계에서의 이해를 염두에 두고 자신이나 미국의 실리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읽힐 여지는 없어 보인다. 양국 간의 정치적 쟁점을 놓고 국가의 입장을 관철시키고자 하는 외교적인 발언도 아니며, 한미 군사협정을 두고 하는 정책 조율을 위한 발언도 아니다.
둘째, 민주주의라는 대의적 관점에서 메시지를 전달한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이라는 강도 높은 방법을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공개서한을 통한 비판은 통상적으로 세계적 독재자들에게 보내는 경고의 형식으로, 현 박근혜 대통령을 독재자로 염려하는 것과 다름이 아니다. 이는 유럽의 몇몇 유력 일간지들이 박근혜 대통령을 독재자로 비판하고 있는 것과도 그 궤를 같이 한다.
국가 원수가 다른 세계의 관점에서 비판 받는 것은 국민으로서 달갑지 않은 일이지만, 세계가 한국의 정치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는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석기 의원 기소, 세월호 참사의 진상조사 회피, 부정선거 개입 의혹 등과 관련된 한국 상황의 심각성을 세계인의 시각으로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혹시 한국의 현재 상황과 반 민주주의적 행태에 대해 한국 국민들만 그 위험성을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가 밖에서는 한국의 반민주주의, 독재의 신호와 징후를 걱정하고 있는 데, 혹시 한국만, 우리만 그 징후를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쿠시니치 전 의원의 박근혜 대통령 비판 서한을 계기로 이제 우리도 보다 객관적이고 세계적인 시각으로 한국이 처한 현실을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쿠시니치의 공개서한은 우리를 일깨우는 경종과 같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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