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부 국경 지대는 끊임없이 몰려드는 라티노 아동들로 북새통이다. 12세 이하 아동 밀입국자 수는 불과 1년 새 117%가 늘었고 올해 체포된 17세 이하 아동 수는 5만으로 2년 전의 2배에 달하고 있다. 이들 절대 다수가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지역 출신인 점도 특징이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출신은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무엇이 이들을 미국으로 내몰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이들 출신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범죄와 폭력 사태가 그 주 원인이라는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밀입국자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온두라스 출신인데 이곳은 현재 살인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 온두라스 중에서도 치안이 가장 나쁜 산 페드로 술라 지역 출신 밀입국자가 제일 많다.
그러면 이 지역 살인율은 왜 높은가. 마약 조직간의 세력 다툼이 주요 원인이다. 멕시코가 마약 갱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이들은 치안과 정정이 불안한 온두라스, 과테말라, 엘살바도르로 넘어갔고 이와 함께 이들 나라는 사법 당국과 공무원 조직이 마약 자금으로 물들며 공권력이 마비되는 사태에 까지 이른 것이다.
거기다 2008년 중남미 지역의 인신매매를 방지할 목적으로 제정된 법이 이곳 출신 미성년자의 신속한 추방을 금지하고 있어 이들 나라 사람들은 어떻게 든 아이들을 미국까지만 보내면 이 지옥 같은 곳을 떠나 미국에서 오래 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렇다면 중남미의 마약 갱단들은 왜 이들 나라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판쳐대고 있는가. 그것은 두 말할 필요도 없이 미국에 마약을 공급하며 천문학적 돈을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이들 중미 청소년들을 부모도 없이 멀고 험한 산과 사막을 넘어 미국 땅까지 보내고 있는 것은 미국의 마약 사용자인 셈이다.
이와 때맞춰 마리화나를 비롯한 모든 마약의 사용과 판매를 금지하고 있는 마약 정책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미국인 사이에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는 AIDS 치료 부작용 완화 효과가 인정된 마리화나의 경우 뚜렷하다. 이미 가주를 비롯해 35개주가 의학적 마리화나의 사용과 판매를 허용하고 있고 콜로라도와 워싱턴 주는 이를 전면적으로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이처럼 미국인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은 지난 수십년간 매년 수십억달러의 돈을 써가며 마약을 단속해왔지만 별 효과는 없이 부작용만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2001년부터 2010년 사이 820만명의 미국인이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체포됐고 2011년 한 해 동안 이 혐의로 체포된 사람은 다른 강력 범죄 혐의로 체포된 사람 모두를 합친 것보다 많다. 그럼에도 미국 내 마리화나 사용자는 3,000만 명으로 수십년 동안 큰 변화가 없다.
마리화나를 상습 복용하는 것은 물론 몸에 나쁘다. 그러나 몸에 나쁘기는 담배도 마찬가지고 술도 과용하면 해롭다. 그렇다고 술과 담배 판매를 금지하지는 않는다. 술은 1920년대 헌법을 고쳐서까지 금지해봤지만 밀주조직만 양산해 낸다는 결론을 얻고 다시 헌법을 고쳐 판매를 허용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모든 마약의 판매를 합법화하고 있는 네덜란드는 아직 망하지 않고 선진국으로 남아 있다. 마약 문제에 관해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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