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렌데일에 위안부 기림 ‘평화의 소녀상’이 세워진 지 1년이 되었다. 열대여섯 앳된 ‘소녀’ 앞에 24일 특별한 손님들이 섰다. 소녀상 건립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노구를 이끌고 한국에서 오신 이옥선(87) 강일출(86) 할머니들이다. 10대 중반에 위안부로 끌려가면서 삶이 멈춰버린 그 분들이 ‘소녀’와 마주 했다. 인간의 존엄성이, 여성의 인권이 이처럼 무참히 짓밟히는 비극은 두 번 다시없어야 한다고 웅변하는 상징적 만남이었다.
지난해 7월30일 소녀상 제막 때만 해도 회의적 시각이 없지 않았다.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기리는 조각상을 남가주에 세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결과부터 말하면 소녀상 건립은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후세대의 바른 역사인식을 위해, 그리고 한인사회를 위해 대단히 큰 의미가 있었다.
소녀상 건립 후 1년 동안 글렌데일은 조용할 날이 없었다. 일본의 정치인들과 미국 내 극우 친일세력들의 항의가 끊이지 않았다. 일본 지방정부 시의원들 주도로 철거 소송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요란스런 항의는 조용히 묻혀있었을 소녀상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미국 주류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일반 미국인들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2차 대전 중 일본군이 어떻게 여성들을 성노예로 학대했는지 알려지면서 위안부 이슈는 여성인권문제로 자리매김했다. 소녀상은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에게 바른 역사인식의 필요성을 알리는 상징물이 되고 있다.
소녀상을 둘러싼 갈등은 한인사회 풀뿌리 운동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일본 측 로비에 대처하느라 한인사회는 지역구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글렌데일 시의원들에게 감사 이메일을 보내며, 모금 및 서명운동을 하고, 마이크 혼다 등 친한파 정치인 후원에 적극 나섰다. 그 과정이 자연스럽게 한인사회의 정치력을 다지는 기회가 되고 있다.
30일은 연방하원의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통과 7주년이 되는 날이기도 하다. 위안부 강제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책임지라는 결의안 내용을 일본은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일본 정부가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도록 한인사회는 인권과 정의를 중시하는 역사바로잡기 풀뿌리 운동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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