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와 초대박 계약을 터뜨리며 시즌을 희망차게 시작했던 추신수가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있다. 몸값에 걸 맞는 활약을 전혀 보이지 못하고 있으며 부진이 장기화 되면서 위축 조짐마저 나타나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 두 달이 마치 9년 같이 느껴졌다”고 하소연 할까. 요즘 추신수의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다.
추신수는 “나도 사람이다. 계약에 따른 부담 때문에 지나치게 많은 것을 해내려고 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한다. 평균 연봉 2,000만달러를 받는 팀의 주축 선수로서 대우에 상응하는 기여를 해야 한다는 강박이 그의 머리를 짓누르고 있는 것 같다.
대박계약을 터뜨린 추신수의 부진은 프로 스포츠에서 별로 예외적인 일이 아니다. 특히 MLB에서 거액의 계약을 성사시킨 후 부진에 빠지는 사례는 아주 흔하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장기계약에 따른 해이함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일단 거액이 보장된 계약을 맺었으니 지나치게 무리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계약을 다시 맺을 시점이 다가오면 그때 반짝 뛰면 된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보다는 거액계약 자체가 안겨주는 심리적 부담이 원인인 경우가 더 많다. 메이저리그 최고 액수의 계약을 맺은 후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는 등 엉망으로 처신하고 성적도 형편없이 떨어진 알렉스 로드리게즈가 대표적이다. 인센티브의 효과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과도한 인센티브는 실적을 향상시키기보다 오히려 저해한다는 것이 최근의 이론이다. 거액의 장기계약을 맺는 야구선수들의 부진이 여기에 해당된다.
프로야구선수들의 연봉과 성적은 전혀 비례하지 않는다. 포브스지는 매년 가장 과도한 연봉을 받는 메이저리그 선수들을 골라 발표한다. 선정 작업에는 선수들의 가치를 측정하는 지표로 점차 많이 이용되는 연봉 대비 WAR(Wins Above Replacement)를 사용한다. WAR는 ‘대체선수 대비 승수기여도’로 미니멈 연봉을 받는 대체선수들보다 얼마나 더 팀 승리에 공헌하는지를 산출하는 것이다. 이 수치가 클수록 돈값을 한다는 뜻이며 주전 선수들의 평균 수치는 2.0 정도이다.
그런데 올해의 ‘먹튀’로는 필라델피아 1루수 라이언 하워드(연봉 2,500만달러, -0.2 WAR), 다저스의 외야수 맷 캠프(연봉 2,100만달러, -1.2 WAR), 뉴욕 양키스의 알폰소 소리아노(연봉 1,800만달러, -1.5 WAR) 등이 꼽혔다. 대박계약 첫해여서인지 다행히 추신수의 이름은 없다.
야구는 어느 스포츠보다도 멘탈이 크게 작용한다. 추신수의 현재 위기는 멘탈 위기이다. 추신수의 어깨에는 무거운 짐이 하나 더 지워져 있는 것 같다. 모국 팬들을 실망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위해서만 열심히 뛰면 된다.
그러니 하루속히 부담감을 떨치길 바란다. 계약은 이미 따놓았다. 돈값을 못해도 낯빛 하나 변하지 않는 다른 선수들의 뻔뻔함을 배울 필요도 있다. 그저 최선을 다하면 된다는 담담한 자세로 그라운드에 서주기 바란다. 그러다 보면 성적도 다시 상승하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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