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한지 100일이 다 돼 가지만 아직도 실종자 10명의 행방이 묘연하고 사건 조사를 위해 만들려던 ‘세월호 특별법’은 국회에서 표류 중이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을 더욱 답답하게 하는 것은 이 사건과 관련된 사람이나 기관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이다. 제일 위험한 구역에서 제일 초보 항해사에게 운전을 맡기고 잠자다 제일 먼저 도망 나온 선장이나, 조금이라도 승객과 짐을 더 싣겠다고 고물 배를 들여와 내부를 뜯어고친 청해진의 실소유주 유병언은 말할 것도 없고 사건이 터지자 이를 수습하기는커녕 장부 조작에 급급했던 회사 직원들, 이들이 상습적으로 선적 규정을 어기고 있었음을 알고도 이를 눈감아 준 감독 당국 공무원들, 사건 보고를 받고 허둥대기만 한 해경 구조팀, 사건 상황을 제대로 보고 하지 않은 당국자들, 이로 인해 이런 중대한 사건이 터진 줄도 오랫동안 모르고 있던 청와대 등 한심한 곳이 하나 둘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국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한국의 공무원 집단이 얼마나 게으르고 무능한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 근무를 태만히 하거나 일지를 허위 작성한 혐의 등으로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 소속 해경 13명 전원을 기소했다.
이들은 평소에는 낮잠을 자거나 자주 자리를 비우는 등 불량한 근무 태도를 보이다 조사를 받자 CC TV 화면을 지우고 통신 기록을 조작하는 짓까지 저질렀다.
이들을 기소한 검찰도 별로 나을 건 없다. 검찰은 유병언 초기 검거에 실패한 후 계속 뒷북만 치고 다녔다. 더욱 가관인 것은 21일 유병언 구속영장을 6개월 연장 받은 후 기자회견을 자청해 “추적의 꼬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며 “체포는 시간문제”라고 호언장담한 사실이다.
그리고 불과 하루 후 순천 경찰은 DNA와 지문 검사 결과 40일 전 인근 야산에서 발견된 시신이 유병언이라고 발표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뭘 근거로 추적의 꼬리를 놓치지 않았다는 소리를 한 것일까. 완전 헛다리를 짚었거나 새빨간 거짓말을 해왔다는 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다.
한심하기는 경찰도 마찬가지다. 유병언 별장에서 불과 2km 떨어진 곳에서 시신이 발견됐고 고가의 의류 등 유병언이라고 의심될만한 소지품이 있었는데도 일반 노숙자로 판단해 동네 장의사에 40일이나 냉동 보관해 오다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검찰 발표 하루만에 DNA 조사를 통해 유병언임을 밝혀낸 것이다. 검찰 ‘엿 먹이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경찰 당국은 초동 수사 부실을 이유로 이 시신이 유병언임을 발표한 순천 경찰서장을 발표 당일 직위 해제했는데 이 사람 하나 쫓아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유병언 시신을 눈앞에 두고도 그가 구원파 신도들의 도움을 받아 전국을 돌아다닌다며 수 천 명의 경찰을 풀어 두 달 동안 검거에 열을 올렸다는 것은 한 편의 코미디다.
세월호 침몰 자체도 문제지만 그 이후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태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한국은 짧은 시간 기적 같은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이런 상태로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수 없다. 세월호는 한국 국민 모두 정신 차리라는 하늘의 경고라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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