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니뇨’는 남태평양의 바닷물의 온도가 주기적으로 올라가는 현상을 말한다. 크리스마스가 있는 겨울철에 뚜렷이 나타난다는 이유로 ‘아기’를 뜻하는 스페인어인 ‘엘 니뇨’라는 이름이 붙었다. 보통 2년에서 7년 주기로 바닷물 온도가 섭씨 0.5도 정도 오르는데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지에 관해서는 해류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 외에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일단 발생하면 그 효과는 전 세계적이다. 미 서부와 남미에는 평소보다 많은 비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는 가뭄이 찾아온다. 일설에는 1789년의 프랑스 대혁명도 그 몇 해 전 일어났던 ‘엘 니뇨’ 현상으로 흉년이 들어 농민들이 배가 고팠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현상은 기상 이변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주지만 모든 사람에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만성적인 가뭄에 시달리는 남가주의 경우 ‘엘 니뇨’가 가져오는 비는 그야말로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올 초까지 만도 많은 기상학자들은 올해는 ‘엘 니뇨’의 해가 될 것이라며 남가주 해갈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었다.
그러나 이제 그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다. 올 여름 들어 바닷물 온도 상승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기록적인 강수량’을 운운하던 학자들은 이제 와서 ‘엘 니뇨’로 인한 강우 효과는 별로 없을 것 같다며 말을 바꾸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 중이라면 당연히 바닷물 온도도 올라야 하고 그러면 ‘엘 니뇨’ 현상도 잦아져야 하는데 남가주에 비는 점점 덜 오니 이는 무슨 조화인가.
국립 기상대는 LA 다운타운이 기상관측이 시작된 1877년 이후 최저 강우량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6월30일로 끝난 2012-2014 강우년도의 강우량은 불과 12인치로 예년보다 18인치나 적었다는 것이다. 평년의 1/3 수준인 셈이다. 기상관계자들에 따르면 가장 건조한 4년이 지난 7년 사이에 들어 있었다 한다. 지금 남가주 주민들이 얼마나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농작물이 말라 들어가고 가격이 오르는 것도 당연하다.
이런 가뭄에도 불구하고 가주 주민들의 물 소비량은 별로 줄지 않았다.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20% 정도 물 소비를 줄여줄 것을 촉구했으나 실제로는 5%밖에 줄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당국은 길거리에 물을 뿌리는 행위 등 물을 낭비하는 주민에 최고 500달러까지 벌금을 매기는 등 강력하게 대처할 방침이다.
우연의 일치지만 요즘 한국도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비가 오지 않아 타들어 가는 농작물을 바라만 봐야 하는 농민들의 심정보다 더 한 것이 있을까. 서울을 비롯한 중부 지방의 강우량은 예년의 1/3밖에 안 된다. 장마에 대비해 저수지의 물을 빼놓았는데 비는 오지 않아 저수량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거나 아예 바닥 대부분이 드러난 곳도 많다. 한국에서 가뭄 걱정 없이 물이 풍부한 곳은 제주도와 남부 일부뿐이다.
더위를 몰아내며 시원하게 쏟아지는 여름 빗줄기는 자연이 주는 큰 축복의 하나다. 그러나 기우제를 지내던 옛날이나 과학이 발달한 지금이나 인간이 비를 내리게 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 모두가 조금이나마 물을 아껴 쓰려는 마음을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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