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이 나돈다. 꽤나 그럴듯하게. 그러나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소문으로만 나돌던 것이 어느 날 언론을 통해 보도된다. 사람들은 그 때야 사실로 믿는다.
어떤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다. 그러나 언론 보도는 언론 보도일 뿐 사람들은 좀처럼 믿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 사실이 소문을 탄다. 그 때야 사람들은 사실로 믿는다.
전자는 언론자유가 살아 있는 사회 이야기다. 후자는 언론자유가 없는 사회에서의 현상이다. 언론은 당과 정부의 선전도구에 불과하다. 사실 보도와는 거리가 멀다. 그런 사회에서 언론은 철저히 불신 당한다. 때문에 사람들은 언론 보다는 소문을 믿는다. 과거 공산당 치하의 소련이 그랬다.
유언비어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공산국가 이야기가 아니다. 인터넷 강국이라는 대한민국에서 목도되는 현상이다. 유언비어의 천국이 대한민국인 것이다.
그 최신 버전은 유병언 관련 스토리다. 유병언을 못 잡는 게 아니다. 안 잡는다는 게 그 유언비어의 골자다.
검찰이 선두에 서서 전 경찰병력을 동원했다. 그러나 신원소재 조차 파악 못했다. “유병언 하나 못 잡는 게 말이 되느냐”는 대통령의 역정에 육해공군에 탐지견까지 동원됐다. 임시 반상회도 열렸다. 그리고 일부 소문에는 무속인의 점괘도움까지 받아 수색을 펼쳤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가의 전 공권력을 동원하다시피 한 체포 작전. 그 서슬 퍼런 작전이 이처럼 어이없는 코미디가 되어가자 나도는 말이 정부 당국은 유병언을 잡는 시늉만 낼 뿐 안 잡고 있다는 말이 나돌고 있는 것이다.
유병언과 커넥션이 없는 국회의원이 별로 없다. 유병언의 돈을 안 먹은 정치인, 고위공직자가 어디 있느냐 등등의 말이 돌면서 이 유언비어는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전혀 사실과 무관해도 유언비어가 될 자격이 없고 완전히 사실과 부합해도 유언비어가 아니다” ‘유언비어의 사회학’의 저자 시미즈 이쿠타로가 일찍이 한 말이다.
완전한 사실도 아니다. 완전한 거짓 같지도 않다. 그게 진실인 양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뭘까. 그것은 유언비어가 때로는 사회적 현실의 단면을 실제 이상으로 날카롭게 보여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불합리한 관행과 부조리가 판친다. 게다가 부정·부패는 여전히 끈끈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정치권을 바라보면 한숨이 절로 난다. 4.16 세월호 참사 이후 새삼 드러난 한국의 사회상이다.
새 버전의 유병언 유언비어가 힘을 발휘하는 것도 그렇다. 이 얼토당토 않는 한국 사회의 모순과 부조리를 대변해주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유언비어가 만연하고 있다는 건 사회적 소통회로가 막혔다는 얘기다. 그 사회가 위기에 직면해 동요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 책임의 1차 소재는 어디에서 찾아질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