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리만자로 산록의 암보셀리 평원에서
한 떼의 코끼리를 만났다
코가 유난히 길었다. 아마 긴 시간이 코를 잡아당긴 모양이었다.
그 긴 시간 동안
몸집을 부풀린 모양이었다. 공포가 몸집을 키운 것이다. 빠른
발 대신에 큰 몸집을 택한 것이다.
슬픈 몸집 탓으로 또 먹어야 했다.
자본주의 같았다.
코끼리는 똥도 무지 컸다. 냄새를 맡아보았다. 풀 냄새가 났다.
포슬포슬했다.
입으로 들어간 풀이 몸을 통과해서 다시 밖으로 나온 것이다.
그가 가져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시작을 모르는 바람이 나를 어루만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긴 호흡 발아래 놓은 검은 돌을 들었다가
제자리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참 긴 시간이 흘렀다.
- 장옥관 ( 1955- ) ‘아마 긴 시간이’ 전문
케냐의 산록에서 시인은 코끼리가 삶의 공포를 안으로 안으로만 들여 저리 큰 몸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한다. 몸은 크지만 여간해서 난폭해지지 않는 착한 초식동물인 까닭에 그랬을 것이다. 호랑이나 사자처럼 사나운 발톱과 재빠른 몸으로 공격을 준비하기보다 슬픔과 아픔의 내공을 쌓아온 진화적 선량함. 인도인들이 코끼리를 존중하는 것도 그 내공 때문이리라.
- 임혜신<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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