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의 주인공은 신부다. 그 잔치자리에서 두 세 사람이 구석에서 험담을 하고 있다. 그날의 주인공 신부를 헐뜯는 것이다. 한 마디로 노 매너다. 결혼 잔치에 초대받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다. 신부가 다소 모자라 보여도 덕담에 칭찬을 해주는 것이 하객으로서 예의다.
몇 십억 인구가 시청을 했다고 하던가. 4년마다 열리는 꿈의 향연, 월드컵 대회가, 그것도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개막됐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하다. 개막되기 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비난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좀처럼 덕담이 들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Brazil Is Totally Screwed’- 도무지 축제 분위기가 아니라는 보도다. 축구라면 사족을 못 쓰는 브라질이다. 그 월드컵을 대하는 브라질 국민들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는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악몽으로 떠오르고 있다 - 축구라는 아름다운 게임이 더러운 비즈니스로 오염되고 있다는 이야기로, 언론마다 문제 제기로 일관하고 느낌이다.
‘기대하던 관광객은 오지 않고 마약 밀매자들이 떼로 몰려들고 있다’- AFP통신의 보도다. 월드컵 대목을 노리고 이웃 페루 볼리비아 등지에서 마약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는 거다.
‘브라질 국민 10명 중 6명은 월드컵 개최가 브라질에 득이 아닌 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로이터 통신의 보도다. 뒤이은 보도는 또 이렇다. ‘브라질이 월드컵 우승을 하지 못할 때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정치운도 끝날 것이다’-.
축하의 잔치가 왜 이 지경이 됐나. 부정부패다. 정치권력이 온통 썩었다. 그러다 보니 월드컵 준비가 엉망이 됐다. 쏟아 부은 경비가 115억달러로, 사상 최대다. 그런데도 메인 경기장 보수공사도 제대로 못 마쳤다. 그 부패에, 그 무능에 중산층마저 거리로 나섰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부패상은 한 술 더 뜬다. 거액의 뇌물이 오간 가운데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 개최지로 선정됐다. 브라질 월드컵 개막을 앞두고 나온 폭로다. 그뿐이 아니다. 심판매수에 승부조작 의혹까지 까발려졌다.
‘그 FIFA가 월드컵을 개최하는 게 과연 온당한 가’-계속 이어지는 비판이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도 들려온다. ‘이번 월드컵은 민주국가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월드컵’이 될 것이라는.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했다. 그러나 경제적 부가가치는 극히 낮다. 부담만 된다. 브라질 월드컵에 대해 벌써부터 내려지고 있는 평가다. 그러니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민주국가들은 월드컵 같은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 유치를 외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인가.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경쟁에서 독일, 스위스, 폴란드가 스스로 하차했다. 남은 것은 중국과 카자흐스탄이다. 2018년 월드컵은 러시아에서 열린다. 2022년은 카타르가 그 개최 예정지다. 이 나라들의 공통점은 비(非)민주, 다시 말해 권위주의 형 체제다.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는 앞으로 독재국가에서나 가능할 것이다 -. 틀리지 않는 예언으로 들린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