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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이란 단어가 요즘 지나치게 많이 쓰인다. 그만큼 쉬고 싶은, 위안을 받고 싶은 마음이 차고 넘친다는 뜻이다. 나의 외로움, 고통, 힘겨움이 다른 누군가로부터, 또는 외부의 어떤 자극으로부터 나아지길 기대하면, 그 끝에는 실망과 아쉬움만 마주하게 된다. 내 안의 문제는 나 스스로 치유해야 한다.

살면서 맺게 되는 많은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는 상처를 주고받는다. 어디 사람뿐인가. 내가 원하던 일을 이루지 못했을 때, 내가 꿈꿔온 삶이 여기저기서 치이고 부대낄 때, 우리는 아파하고 좌절하고, 상처 입는다.

내가 받은 상처를 자각하고, 보듬고, 치유해야 하는 것은 결국 내 몫이다. 심리 상담이나 정신 분석 등 외부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만, 평생 외부의 도움에 기대서 살 수는 없다. 그래서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더 성숙하고 더 나은 인격을 지닌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험난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나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나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는 일이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심각하게 부족하다. 옛날에는 멍 때리고 앉아 있는 시간도 많았다. 출퇴근 하는 버스 안에서, 학교 가는 지하철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존재’할 수 있는, 그런 텅 빈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 시간 속에서 내 안에 숨겨져 있던 벌거벗은 ‘나’에 대한 자각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시간이 없다. 내 손에 들려 있는 작은 스마트폰이 내 시간을 가로채 간다.

나를 들여다보는 대신에, 남의 사생활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머릿속의 생각을 정리하는 대신에, 이메일을 정리하고, 일기를 쓰는 대신에, 페이스북에 하루 일과를 남기고, 한장 한장 책장을 넘기는 대신에, 손가락으로 화면을 넘긴다. 그렇게 내 시간은 사라져가고, 나를 들여다볼 시간도 줄어간다.

내 안을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아야 한다. 힘든 문제가 무엇인지, 왜 아픈지…내가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데, 누가 나에게 신경을 써 줄 것인가. 그래서 마주하기 힘들어도 자꾸 나 자신과 대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만의 시간과 나만의 공간을 물리적으로라도 만들어야 한다. 세상에 현혹될 일이 너무나 많다. 쇼핑, 게임, 마약, 자극적인 영상물, 가십거리들.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는 수많은 유혹으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는 것이다. 스마트 폰도 잠시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요즘 나는 주말에 하루는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 안에서는 전화기도 꺼 놓는다. 대여섯 시간일 때도 있고 하루 종일 머물 때도 있다. 일주일에 하루,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 가끔 지루하기도 하고, 자꾸 전화기에 손이 가기도 하지만, 점점 그 시간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렇게 고요하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반갑다.

그 시간과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냥 고요한 시간 속에서 떠오르는 내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면 된다. 그러면 내 머리와 가슴은 조심스레 긴장을 풀고 편안히 쉴 것이다. 무언가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열중하는 것 말고, 그냥 내 존재 자체를 자각하고 바라보는 시간. 그 시간이야말로 나를 위한 진정한 힐링 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