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라는 단어를 자주 떠올리게 된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작은 소식에도 하루 종일 마음이 쓰이거나, 며칠 전 아침에 읽은 짧은 신문기사 속 인물의 안부가 문득 궁금해질 때, 특히 최근 크고 작은 사고가 계속된 고국에서 타인의 아픔에 함께 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게 될 때 말이다.
나와는 전혀 무관한 타인의 일에 기뻐하거나 분노하는 것, 그런 일이 가능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들 때마다 ‘사회적 동물’이나 서로 기대어 하나가 되는 형상의 ‘人(사람 인)’ 등 인간의 본성을 그린 동서양의 다양한 표현들에 새삼스런 감탄도 하게 된다.
얼마 전 친구와 대화를 나누다, 연대의식에 대한 생각을 시작하게 됐다. 누군가의 책에서 접한 ‘연대의식’에 관한 것인데, 우리의 삶이라는 것이, 특히 스스로에게 더 특별해 보이는 자신의 삶이 때때로 누군가의 삶의 조연이 되어 ‘우리의 삶’이라는 거대한 한 덩어리로 유착된다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 혹은 사안에 따라 주연과 조연, 엑스트라의 영역을 넘나드는 만큼 ‘너 없는 나’는 애초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 그래서 사회 구성원들 간 상호 신뢰와 애정은 단순한 미덕 그 이상이라는 것이 그 책의 결론이었던 것 같다.
작은 일상의 경험들이 하나둘 늘어갈수록, 그 같은 관찰과 정의가 정말 옳다는 생각이 든다. 맹렬함과 게으름을 오가는 사이, 어느새 얼기설기 완성되어가는 우리네 모습이 그 증거이다.
한 단계 더 나아가보자. 고국에서 마치 곪아터지듯 이어지는 안타까운 소식에 ‘대안’ ‘해결책’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하는 외침이 많은 경우 책임전가나 일방적 비난으로 이어지는 것이 안타깝다.
많은 사안들이 지루한 떠넘기기로 합의점이나 궁극적 해결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럴 때 우리가 회복해야할 것이 바로 저 ‘연대의식’은 아닐까.
좋은 일에 스스로의공적을 감추는 일만큼 힘든 것이, 좋지 않은 일에 스스로의 잘못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것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 스스로에겐 관대하고 타인에게 냉정하리만큼 쉬이 이상적 잣대를 들이대는 자기중심적 태도라 짐작해본다.
프랑스 사회심리학 교수 로랑 베그(Laurent Begue)는 “모든 인간은 특별한 존재이길 원한다”고 단정하고, “자신과 관련된 정보가 스스로의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인간은 얼마든지 건망증을 발휘할 수 있다”며 인간의 ‘자가 기억 조작 능력’을 설명했다.
즉, 상황이 불리할 때 ‘연대 책임’보다는 자신의 도덕적 고결함을 앞세우기 쉽다는 의미다. ‘자가 기억 조작 능력’은 생각보다 매우 강력해서, 관련된 무리를 쉽게 정상과 비정상으로 분류해버리고 만다.
이 같은 ‘배척과 거부’는 결국 거대한 폭력이 되어 사회를 파괴시킨다. 이것이 과연 우리가 그토록 갈망하는 실질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좀처럼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해 고심하고 있는 지금, 우리가 버려야할 것은 그 모든 책임을 특정한 한 사람, 혹은 한 단체에서 찾으려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오랜 세월에 걸쳐 있어온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점이라고 하면서도 여전히 탓할 타자를 찾으려는 우리의 모순된 태도가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지 않는가.
끊임없이 ‘힐링’을 요구하는 사회. 힘들 때일수록 책임을 운운하며 관계를 잘라내기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확장에 힘쓰는 것, 이것이 우리가 기대해온 진정한 회복의 시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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