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스티브 발머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이 LA에 연고를 둔 NBA 팀 클리퍼스를 20억달러에 사들여 화제가 됐다. 기존 NBA팀 최고거래가(5억5,000만달러)의 거의 4배에 달하고, 포브스지가 추정한 클리퍼스 구단가치(5억7,500만달러)보다 역시 4배나 높은 가격에 팀을 인수키로 한 발머의 결정을 놓고 거품이 심하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많은 경제와 스포츠 마케팅 전문가들은 경제적인 관점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결정이라고 입을 모은다. 10억달러 정도라면 어느 정도 수긍이 되겠지만 20억달러는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그러나 재정적인 관점만으로는 클리퍼스를 인수하는데 20억달러를 쓴 발머의 의중을 헤아리기 힘들다. 발머는 200억달러의 재산을 가진 세계 34번째 거부이다. 2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붓고 여기서 아무런 수익을 내지 못한다 해도 그의 재정상황에는 하등 영향이 없다. 게다가 발머는 지독한 농구광이다. 그동안 여러 번 NBA 팀을 사려다 고배를 마셨던 그로서는 클리퍼스 인수 기회를 그냥 지나쳐 보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발머의 인수 가격이 유독 높기는 하지만 아주 예외적인 경우는 아니다. 최근 많은 억만장자들이 스포츠 팀 인수에 뛰어 들면서 구단들의 가치와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아 왔다. 그 중심에는 중동의 오일머니와 러시아의 신흥갑부들이 있다. 아랍에미레이트의 왕족인 셰이크 만수르가 2008년 영국의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거액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그는 “진정한 부가 무엇인지 보여 주겠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새로운 부가 창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억만장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다 보니 돈이 많다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자부심을 느끼기 힘들다. 이들에게는 다른 부호들과 자신을 구분시켜줄 무언가가 필요하다.
스포츠 팀은 이런 필요에 딱 들어맞는다. 팀을 갖고 있다는 것은 엘리트 클럽의 일원이 됐다는 상징이 된다.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 것도 구단주의 프리미엄이다. 그래서 부호들 간에 인수경쟁이 벌어지고 팀의 가격은 천문학적인 액수로 오르는 것이다.
스포츠 팀은 억만장자들에게 수집품과 같다. 파카소의 그림들과 희귀 다이아몬드, 그리고 빈티지 페라리 같은 존재들이다. 가치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라 구매자의 감정적 판단에 크게 좌우된다. 그러니 여기에다 경제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의미하다.
게다가 스포츠 팀은 희소성이 대단히 높다. 마구 생겨나지 않는다. 희소성이 있는 물건의 가치는 계속 오르게 돼 있다. 발머에게 클리퍼스를 판 도널드 스털링은 1981년 단돈 1,200만달러에 이 팀을 샀다. 33년 사이에 무려 1만,6,000퍼센트의 이익을 올린 것이다. 1960년대 중반 1만8,000달러에 팔렸던 페라리 250 GTO는 현재 5,000만달러를 호가한다. 부자들의 세계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 그러니 발머의 20억달러 베팅을 무조건 터무니없다고만 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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