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2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했다. 지휘자 로린마젤이 이끄는 오케스트라는 드보르작의 교향곡 9번 ‘신세계에서’ 조지 거쉰의 ‘파리의 미국인’ 등 아름다운 곡들을 연주했다.
북한에서는 외국의 교향악단이나 오케스트라가 방문했을 때 반드시 레퍼토리에 아리랑을 포함시키도록 하는데, 이 날 공연에도 아리랑이 빠지지 않았다. 로린마젤이 지휘한 모든 곡이 훌륭했지만 그가 지휘한 아리랑 선율에는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세계 평화와 화합이라는 메시지였다. 만국 공통어인 음악에는 우리가 말로 다 하지 못하는 메시지를 담을 수 있다. 그것이 음악의 힘이자 의미다.
오는 6월14일 한인타운에서는 ‘역사 바로 세우기’음악제가 열린다. 필자가 음악 총감독을 맡아 준비 중인 이 음악제에서 우리는 음악 선율 속에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 전하려 한다.
첫째는 우리의 조국을 무력 침략하고 수십만 조선의 누이들에게 ‘위안부’라는 명칭 하에 온갖 만행을 저질러온 일본을 고발하는 것이다. 잘못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과하는 대신 희생자들을 모욕하며 부인과 기만을 일삼는 아베총리와 일본 정부를 규탄하고자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할 수 있다면 음악을 통해 평생 마음의 고통을 안고 살아온 위안부 할머니들의 눈물을 닦아 주고자 한다. 음악이라면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치유해 드릴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뜻있는 교계 리더들과 사회 단체장들이 음악인들과 힘을 합쳐서 음악제를 준비하고 있다.
미국에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이가 있다. 마이크 혼다 연방하원의원이다. 혼다 의원은 일본계 2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사과를 촉구하는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일본과 한국이라는 국가 간 문제이기 이전에 옳고 그름의 문제, 진실과 거짓의 문제라고 그는 믿기 때문이다. 그는 ‘오욕의 역사’를 인정하고 역사 앞에 진실을 말 할 수 있어야 일본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2007년 6월‘연방하원 위안부 결의안 HR 121’ 통과 역시 혼다 의원이 앞장 선 덕분이었다.
음악은 어떤 정치색도 담을 수 없다. 하지만 진실의 힘은 담을 수 있다. 어떤 것이 옳은지, 그리고 무엇을 향해 나가야 하는지 우리 한인 음악인들이 음악에 뜻을 모았다.
한국에서는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동시에 역사를 바로 알리는 음악회가 오래전부터 수차례 열렸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인들뿐 아니라 이효리씨 같은 유명 연예인들까지 발 벗고 나섰다.
미주 한인사회에서도 뒤늦게나마 한국의 역사를 바로 알리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 가슴 뿌듯하다.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면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음악제에 함께 해 음악에 담긴 메시지를 나누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는 시작이 될 것이다.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1989년 크리스마스. 베를린 한복판에서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의 4악장 ‘환희의 송가(Ode to Joy)’가 지휘자 번스타인에 의해 ‘자유의 송가(Ode to Freedom)’로 개사되어 불려졌다. 필자는 이번 ‘역사 바로 세우기 음악회’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와 춤, 그리고 사물놀이가 우리 역사의 ‘승리의 송가(Ode to Victory)’가 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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