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안녕 하세요? 누군지 아시겠어요?”
전화를 받은 노인은 생각한다. 다정하게 구는 것이 필시 손자일 텐데 어떤 녀석일까? 노인은 손자들 중 목소리 비슷한 아이의 이름을 대면서 반갑게 대꾸를 한다.
“잘 지냈니?” “건강은 어떠세요?” - 몇 마디 인사가 오가고 나면 ‘손자’는 본론을 꺼낸다. 렌트비가 밀렸다거나 자동차 수리를 해야 한다거나 이유를 대면서 돈이 급히 필요하니 웨스턴 유니온이나 머니그램을 통해 송금을 좀 해달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어리광 섞인 애원이 따라 붙는다. “제발 엄마 아빠한테는 말하지 마세요. 그럼 나 죽어요.”‘녀석, 얼마나 다급했으면 내게 전화를 했을까’ 하며 할머니는 기꺼이 돈을 보내준다. 그리고는 얼마 후 그 손자와 이야기를 나눠보면 손자는 금시초문이라고 한다. 그런 전화를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소위 ‘할머니(할아버지) 사기’이다. 경계심 없이 사람 말을 덜컥 덜컥 잘 믿는 노인들의 부드러운 마음을 이용하는 가장 고전적 형태의 사기이다. 액수는 대개 크지 않지만 사기꾼으로서는 밑져야 본전이어서 피해가 그치지 않는다. 상대방 노인이 ‘누군지 모르겠다’고 하면 전화가 잘못 갔다며 끊으면 그만이니 위험부담이 없다.
노인 대상 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LA 카운티 검찰은 노인사기 예방을 위한 캠페인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금융사기 피해 경험이 있는 노인은 5명중 한명 꼴. 노인들의 사기피해액은 연간 30억 달러에 달한다. 카운티 검사장의 어머니도 사기를 당했을 정도이다.
노인들이 사기꾼들의 단골 표적이 되는 이유는 첫째, 노인들은 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노인들은 피해를 당해도 거의 신고를 하지 않으니 사기꾼들에게는 이만한 ‘봉’이 없다.
전국 노화위원회(NCA)가 발표한 노인대상 사기를 보면 질병치료나 노화 예방 등 건강 관련 사기, 은퇴자금이나 집을 노린 투자 사기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도 정크메일, 이메일, 텔레마케팅을 통해 크고 작은 사기들이 범람하고 있다.
의료관련 사기로 흔한 것은 메디케어 사기. 담당자를 사칭하며 노인들에게 접근해 개인정보를 빼낸 후 가짜로 치료비를 청구하는 수법이다. 가짜 처방약, 가짜 보톡스 역시 노인들이 많이 당하는 사기이다. 비싼 처방약을 인터넷에서 싸게 판다는 말에, 젊음을 되돌려주는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에 속아서 노인들이 돈 잃고 때로 건강까지 해친다.
근년 투자 사기로 많이 이용된 것은 금 투자. 금에 투자하는 것만큼 확실한 게 없다고 노인들을 설득해서 시가 보다 5배쯤 비싸게 금화를 파는 사기가 한동안 유행했었다.
사기를 당하지 않으려면 노인들은 기본적으로 세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정크메일은 무조건 버릴 것, 둘째 모르는 사람 전화는 받지 말 것. 그리고 너무 좋은 조건이다 싶을 때는 절대로 투자하지 말 것.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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