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요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기름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데 이런 기름기 많은 요리를 먹고 사는 프랑스인들의 심장병 발병률은 오히려 이웃 나라들보다 낮다. 이를 ‘프렌치 패러독스’라 부른다. 한 동안 그 이유로 많이 지적된 것이 빨간 색 포도주다. 프랑스 인들은 어느 나라 사람보다 빨간 색 포도주를 많이 마시는데 여기 많이 함유된 레스베라트롤이란 성분이 심장병 발생을 막아준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성분을 쥐에 먹인 결과 살이 찐 쥐도 심장병이나 당뇨 없이 오래 사는 것이 밝혀졌다. 이 사실이 알려진 후 미국에서도 레스베라트롤을 알약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 붐을 이뤘고 지금도 수많은 사람들이 이를 정기적으로 복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처음부터 비판에 직면했다. 이 성분의 건강 증진 효과가 쥐를 상대로 한 것이지 사람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인간이 이로 인한 효과를 보려면 매일 포도주 1,000리터를 마셔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를 감행한다면 음주 과다로 즉사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존스 홉킨스 의대 연구팀이 이탈리아의 대표적 와인 산지인 투스카니의 마을 두 곳에 거주하는 주민 800여명을 대상으로 레스베라트롤과 건강 관련 여부를 조사한 결과 둘 사이에 아무런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인이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서 심장병에 잘 걸리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그 원인으로 빨간 색 포도주가 아니라 정기적인 음주가 더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다. 최근 전국 음주 남용 방지 협회(NIAAA)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매일 소량의 술을 마신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병 발병 확률이 40~60%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적당한 음주와 건강과의 상관관계는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여기서 말하는 소량은 여성은 하루 1~2잔, 남성은 2~3잔으로 술의 종류는 맥주든 포도주든 양주든 상관이 없다. 알콜이 이처럼 심장 질환에 도움을 주는 것은 나쁜 콜레스트롤(LDL)은 줄이고 좋은 콜레스트롤(HDL)은 높이며 혈전의 응고를 막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단 여기서 주의할 것은 매일 소량을 마셔야지 며칠 동안 안 먹다 하루 폭음을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 소량이 아니라 과음을 하는 것은 신장 질환 등 역효과만 불러올 따름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매일 적당한 술을 마시고 운동을 하는 것이다. 매일 두 잔의 술을 마시고 45분 정도 걷기 운동을 하는 사람은 둘 다 하지 않는 사람보다 심장 질환 발생이 50%, 둘 중 하나만 하는 사람보다는 25% 낮아진다. 운동도 적당히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술과 비슷하다. 하루 45분 이상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 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옛날부터 한국에서도 식사와 같이 하는 약간의 술은 ‘약주’라 부르며 마시는 것을 권장해 왔다. 레스베라트롤이 건강과 무관하다고 포도주를 끊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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