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으로부터 ‘여객선 세월호 침몰’ 소식을 전해 듣고 아픈 가슴을 쓸어 내려야 했다. 소중한 가족을 잃고 고통 속에 있을 그들이 안타깝지만 먼 이곳에서는 그저 묵묵히 기도할 뿐, 내 자리에서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한다.
나에겐 나의 진심을 담을 그릇, 음악이 있지 않은가. 누군가의 음악이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간절한 마음이다.
음악인에게는 무대에 서서 최상의 연주를 들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일방적인 연주가 아니라 음악을 통해 함께 공감하고, 서로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 더 중요한 음악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행복 나눔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오는 6월29일, 토렌스에 위치한 엘 카미노 대학에서 열 계획이다. 필자가 지휘자로 있는 CTS 기독교 방송국 챔버 오케스트라, CTS 방송국 여성합창단과 어린이 합창단이 힘을 합쳐 이 행사를 기획했다.
좋은 일에는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이 많이 생긴다. 엘 카미노 대학교 첼로 교수인 최경은 교수와 지휘자인 데인 테터 교수가 동참했고 엘카미노 대학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게 되었다.
이번 음악회는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것이다. 노숙자들을 위해 봉사하며 올해 창립 15주년을 맞는 울타리 선교회와 여러 장애인 센터들이 적극 후원해 주고 있다. 행사를 통해 모인 수익금은 생활이 어려운 장애우들과 노숙자들을 위해 사용될 계획이다.
이 음악회에 필자는 특별한 손님을 초대했다. 지난 20여 년간 친구로 선배로 존경해온 테너 최승원 교수다. 소아마비의 장애를 딛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콩쿠르에서 1등을 수상한 그는 한국에서 교수로, DJ로, 성악가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러시아 소치에서 개최된 장애인 올림픽 패럴림픽의 폐막식에서 그는 애국가를 부르기도 했다. 전 세계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서서 애국가를 부르던 그의 모습은 우리 모두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최승원 교수에게 행사의 취지를 말하며 초대했을 때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달려가겠다며 흔쾌히 응해주었다. 또 다른 게스트로는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노유진 양을 초청했다. 태어날 때 의료사고로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그녀는 나의 오랜 제자이기도 하다. 뛰어난 감각으로 세계의 유수 음대인 뉴 잉글랜드 컨서바토리에 입학해 학사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지금은 그 대학 전문 연주자 과정을 이수중이다. 일반 프로 피아니스트도 연주하기 어려운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을 CTS와 엘 카미노 연합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연할 계획이다.
이들이 만들어낼 하모니를 생각만 해도 나는 가슴이 설렌다. 그들의 연주에는 시련을 극복한 도전과 용기, 그리고 푸른 희망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현 LA 필하모니의 상임 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을 키워낸 단체인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 아브레우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음악은 역경을 희망으로 바꾼다. 그렇다. 음악은 힘이 세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더... 그러니 마음껏 연주하고 마음껏 희망하라!”
우리 모두 인생을 그리고 음악을 마음껏 연주하고 마음껏 희망하길 바란다. 그 음악을 통해 힘을 얻고 희망을 연주할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길 바란다. 비록 그곳까지 들리진 않겠지만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이 먼 타국에서 그들을 걱정하며 연주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 주었으면 한다. 온 마음으로 그들에게 위로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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