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역사상 전무후무한 테러사건인 9.11 참사를 통해 스타가 된 인물이 있었다. 루돌프 줄리아니 당시 뉴욕 시장이었다. 무역센터 쌍둥이 건물이 자살테러로 무너지면서 수천명이 사망하고 다치고 실종되어 도시 전체가 초토화한 참혹한 상황에서 그는 탁월한 지도력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그의 지도력은 테러 현장 진두지휘에서만 발휘된 게 아니었다. 슬픔과 불안, 비통과 허탈로 마비된 도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에도 그의 지도력은 빛을 발했다. 사건이 터지고 10여일 지나면서 그는 시민들에게 “테러를 뒤로 하고 빨리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권고했다.
9.11 테러로 생긴 심리적 불안은 경제적 불안으로 이어 졌었다. 비행기가 빌딩 속으로 돌진해 들어가는 광경을 똑똑히 지켜본 국민들은 우선 비행기 타기를 거부했다. 장거리 이동에는 자동차나 기차를 이용하고 꼭 비행기를 타야 갈 수 있는 곳은 되도록 가지 않았다.
텅 빈 비행기를 운항하던 항공사들은 결국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고 공항은 썰렁해졌다. 샤핑몰은 물건 사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한산하고, 부동산 경기는 주춤해지고 주가는 폭락했다.
테러 충격으로 의욕을 잃어버린 시민들에게 줄리아니 시장은 촉구했다. 정상적으로 일하고 샤핑하고 여행하며, 웃고 떠들고 파티도 하는 일상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시를 돕는 일이라고 충고했다.
세월호 침몰 일주일. 한국은 슬픔으로 마비되었다. 17살 어린 아들 딸을 잃은 부모들의 슬픔은 말 그대로 장이 가닥가닥 끊어지는 단장의 고통이다. 수학여행 간다며 밝게 떠난 딸을, 아들을 싸늘한 시신으로 안은 부모의 심정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찢어진다. 그 아이들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승무원과 교사들의 유가족들은 또 얼마나 비통하겠는가.
이들의 슬픔이 무대 전면의 아픔이라면 무대 뒤에도 아픔이 있다. “남들은 가족을 잃고 비통해하는 데 …” “그렇게 원통하게 간 아이들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 하면서 겉으로 드러낼 수는 없지만 속이 바작바작 타들어가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이다. 세월호 침몰이 생업을 침몰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슬픔에 동참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지난 한주 쇼핑도 회식도 사라졌다고 한다. 직장 회식으로 북적북적하던 주점들은 예약이 줄줄이 취소되어 파리를 날리고, 남대문 시장 등 상가는 중국 일본 관광객이 없으면 거리가 텅 빌 정도로 손님이 없다.
그중 타격이 큰 것은 여행업체들. 각 학교 수학여행들이 취소되고 배로 가는 일본 여행은 대부분 취소되었다. 단체 여행이 취소되면서 여행사, 숙박업소, 음식점, 기념품점 등이 줄줄이 타격을 입고 있다.
이제 일상을 되찾을 때가 되었다. 슬픔 동참도 과도하면 문제가 있다. 예정되었던 축제는 예정대로 개최하고 여행 갈 사람들은 여행가고, 샤핑할 사람들은 샤핑하며, 하루종일 참사 보도만 하던 TV방송들은 정규 방송으로 돌아가야 하겠다. 사태 수습에 철저한 한편 일반 시민들은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게 하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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