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참사이다. 지난 16일 오전 발생한 세월호 침몰사건은 걱정과 충격만큼이나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세월호의 승선자와 구조자 수 집계가 연일 뒤바뀌어 정정 발표되고, 사망자 수와 구조자 수 역시 아직까지 정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 재난본부는 현장구조 작업 진행에 대해 실수와 말 바꾸기를 반복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건은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해양경찰청은 재난본부를 구성했지만, 일관된 지휘체제를 이루지 못했고 커뮤니케이션조차 원활하지 못했다. 더 본질적으로는 세월호 침몰사건을 앞두고 어떤 정확한 구조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시간을 낭비하는 그들의 무능력을 보여주었다. 그 무력하게 흘러간 시간 속에서 세월호에 갇힌 승객들은 죽음의 문턱에서 외로이 스스로와 싸워야만 했다.
언론은 무능할 뿐 아니라 비도덕적이기도 했다. 재난관리국이 발표하는 내용을 그냥 앵무새처럼 받아 적고 뉴스에 내보내는 등 탐사보도는 전혀 이뤄지지 않으며, 현장보도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저 중앙재난관리국에서 발표하는 브리핑을 타이핑해서 언론사에 넘기면 너무도 쉽고 안이하게 각종 신문매체와 뉴스 앵커들은 그것들을 찍어내고 읽을 뿐이다. 정부가 주는 보도자료만 받아 적게 했던 언론통제와 그에 맞춘 못된 관습이 몸에 배어버렸다. 언론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의 아우성은 지극히 정당하다.
운항관리 규정에는 비상상황 시 선장은 선내에서 총지휘를 하도록 규정이 되어 있지만, 당시 도움을 요청하는 선장의 무전 내용에는 과연 비상시 안전교육과 수칙, 선원교육이 제대로 이뤄졌으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이다. 선박 안전점검조차 제대로 이뤄졌을까 하는 의문은 이제 불신으로 발전했다.
그런 상황에서 구조대에 의해 맨 처음 구조된 사람은 선장이었으며 이를 두고 언론은 마녀사냥에 한창이다. 그를 옹호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가 자기희생을 감수하고 선원들을 모두 구출한 영화‘캡틴 필립스’의 선장 같은 영웅이 되지 못한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 되어야 할지도 의문이다.
고등학교 수학여행의 부푼 기대를 안고 승선했던 학생들은 “조용히 선실에 남아 있으라”는 말만 듣고 선박 위로 나올 생각도 하지 않았다. 가정에서 학교에서 배웠던 대로, 그냥 시키는 대로 말 잘 듣는 아이들로 남아 있었고, 배에 올랐어도 어디에 구명조끼가 있는지 안내도 받지 못한 채 서로 선실에 갇혀 물이 목까지 차오를 때까지 조용히 그 자리에 있었다. 선장의 안내 방송을 따른 그들이 왜 그리 순종적이었냐고 안타까워 할 수도 없다. 우리가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다.
이제는 진상의 규명과 함께 누군가를 손가락질 해야 할 상황에 닿게 될 것이다. 선박회사를 문 닫게 하든, 먼저 도망쳐 나온 선장을 처벌하든, 정부의 발표만 받아 적는 언론을 비난하든 누군가에게는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재난대책위, 안전관리위원회, 선박회사, 학교 등 모두가 여기서 해온 것을 거꾸로 다 뒤집어 시작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배우지 못한 채 영웅 ‘캡틴 필립스’만 기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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