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느 헤로인 중독자의 고백
▶ 열두 살에 처음 마리화나 손 댄 후 스무살에 헤로인까지 모든 약 경험, 친구 죽음에 충격, 재활원 자진 입소 지금은 마약 해악 알리는 강사 활동
코디 루이스가 일리노이주 틴리 팍 소재 틴리 팍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헤로인 중독에 관한 자신의 끔직한 경험담을 들려주고 있다.
‘백색의 공포’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한때 우범지대 뒷골목에서 은밀하게 거래되던 히로뽕(헤로인)이 미 전역으로 유통범위를 확대하며 ‘전국구 마약’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히로뽕은 오스카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할리웃 최고의 연기파 배우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지난 2월 46세의 창창한 나이에 뉴욕에 있는 자신의 아파트에서 시체로 발견되면서 대중의 관심권 안으로 빨려 들어 왔다.
그의 사인은 약물 과다복용이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헤로인 과다주입에 의한 쇼크사였다.
평소 마약문제로 뻔질나게 재활원을 드나들었던 호프만은 ‘백색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채 최후의 마약’으로 통하는 헤로인에 손을 댔다가 결국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것이다.
호프만의 경우도 그랬지만 히로뽕은 갈 데까지 간 ‘약쟁이’들이 마지막으로 손을 대는 ‘물건’이다.
이제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히로뽕의 주 고객은 도시 외곽지역에 거주하는 20대 남성이다. 이들은 아주 어릴 적부터 약물에 길들여진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대표적인 본보기가 코디 루이스다. 그는 21세에 불과하지만 이미 온갖 종류의 마약을 두루 섭렵한 중증 중독자이다.
열두 살 되던 해 처음으로 마리화나를 경험한 그는 LSD, 엑스터시, 머시룸과 같은 각성제와 비코딘, 다보셋, 자낙스 등 마약성분의 진통제에 닥치는 대로 손을 댔다.
그가 코케인을 처음 흡입한 것은 18세 때였다. 마리화나로 시작해 코케인까지 가는데 6년이 걸린 반면 코케인에서 히로뽕으로 옮겨가는데 걸린 시간은 그 절반인 3년에 불과했다.
그는 ‘뽕’을 처음 맛보았을 때 그 이전의 마약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환각효과가 강했다. 중독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우울증으로 시리던 가슴이 따듯해지고, 뻥 뚫린 구멍이 빈틈없이 채워지는 듯한 벅찬 희열을 느꼈다. 한마디로 뽕은 세상의 근심과 걱정을 흩어주는 묘약이었다.
비교적 유복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10대 소년에게 약 기운을 빌지 않고선 밀쳐내기조차 힘든 심각한 고민이 달리 있었을까 의아스럽겠지만, 세상의 무게는 연령에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버겁게 마련이다.
그의 아버지는 컴퓨터 네트웍 설계사였고 어머니는 지금도 선박회사 직원으로 근무한다. 먹고사는 데에는 별 문제는 없었으나 집안 분위기는 늘 썰렁했다. 둘은 끊임없이 다투었고, 결국 이혼했다.
학교도 루이스의 피난처는 못 되었다. 악동들에게 그는 언제이건 마음대로 골려줄 수 있는 만만한 상대였다.
평점 C를 넘어서 본 적이 없으니 학업 성적도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집 안팎에서 외톨이 신세가 되어버린 그에게 마리화나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비밀의 문’을 열어주었다.
‘풀’을 손에 넣기는 어렵지 않았다. 화장실 벽에 설치된 붙박이 약품 캐비닛 안에는 마리화나가 가득 담긴 상자가 놓여 있었다. 그의 부모가 정기적으로 보충하는 풀을 조금씩 표 안 나게 꺼내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손에 넣은 ‘마법의 풀’을 그는 자신의 침실 통풍구 안에 숨겨두고 정기적으로 피웠다.
3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그의 성적은 바닥권으로 가라앉았다. 주의력 결핍증으로 애더올을 처방받은 것은 이때였다. 곧 우울증이 따라왔고 그는 항울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향정신성 처방약에 눈을 뜨게 된 시기였다.
그러나 잡다한 종류의 마약들을 모조리 섭렵한 후 히로뽕을 찾을 즈음 그의 몸은 손을 대기 힘들 정도로 형편없이 망가져 있었다.
육신만이 아니었다. 그의 마음 밭 역시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져 있었다.
마약에 중독된 그는 끊임없이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최소한 하루 100달러를 확보해야 필요한 양의 마약을 구입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그의 머리는 지끈거렸다. 약물의 지속 효과는 아무리 길어야 12시간을 넘기지 못한다.
일단 약 기운이 떨어지면 산 채로 지옥 불에 던져지는 듯 끔직한 고통이 찾아든다. 온 몸의 근육이 가닥가닥 한꺼번에 경련을 일으키고, 땀이 비 오듯 흐른다.
양 손도 물건을 집어 들지 못할 정도로 심하게 떨린다. 뼈는 대패로 밀어내는 것처럼 아프다.
이처럼 참담한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히로뽕에 매달렸다. 하지만 약을 손에 넣으려면 우선 돈부터 마련해야 했다.
결국 그는 닥치는 대로 집안 물건을 내다팔기 시작했다. 먼저 어머니의 랩탑과 보석을 훔쳐 전당포에 넘겼다. 전당포에 맡길 물건이 동이 나자 동네방네 점포를 돌며 닥치는 대로 물건을 훔쳤다.
비디오 게임을 슬쩍해 싼 값에 팔았고, 거리에 주차된 차 유리창을 깨고 귀중품을 들어냈다. 이렇게 확보한 장물은 모조리 전당포로 넘어갔다.
17세 되던 해 물건을 훔치다 덜미를 잡힌 그는 판사의 명령에 따라 8개월 반의 재활과정을 거쳤다.
재활원에서 풀려난 날, 그는 압수당한 셀폰을 되찾기 위해 경찰서로 가던 중 10달러를 들여 히로뽕을 구입했다.
루이스가 뽕을 끊기로 결심한 것은 친구에게 일어난 사고 때문이었다. 그와 약을 함께 하던 친구의 여친이 히로뽕 과다주입에 의한 쇼크사로 숨지자 덜컥 겁이 났다.
교도소와 재활원을 들락거리다 쇼크사로 사망하는 게 약쟁이들의 말로라는 사실이 너무도 확실하게 다가왔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죽음뿐이라는 자각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지만 중증 중독자인 그가 약을 끊기는 쉽지 않았다. 뽕을 주입한 후 필름이 끊긴 채 널브러졌다가 깨어나는 나날이 반복됐다.
루이스가 자진해서 재활원에 입소한 것은 약물 과용으로 며칠간 혼수상태를 겪은 이후의 일이었다.
독소제거 치료를 마친 지난해 10월12일 이래 그는 히로뽕에 손을 대지 않았다.
지금 루이스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마약의 해악을 알리는 강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아직도 마약의 유혹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고 털어놓으면서도 “이제 다시는 백색의 유혹에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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