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면 집값이 오르던 시절이 있었다. 아득한 옛날이야기 같지만 불과 6년 전 일이다. 2000년대 중반 부동산 광풍은 미 전국적인 현상이었지만 남가주와 북가주의 대도시가 특히 심했다. 모기지 부담이 일반 근로자들 월급으로 갚을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었는데도 “이민자가 몰려와서 괜찮다”는 등 “미국 집값은 대공황 이후 전체적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는 등 이를 정당화하는 온갖 이론이 사람들을 현혹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2008년 바로 이 부동산 버블이 초래한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자 남가주 집값은 추풍낙엽 신세가 됐다. 2010~2011년 사이 바닥을 쳤을 당시 중간 가격은 25만 달러로 2007년 최고치에서 꼭 50% 떨어진 상태였다. 그건 평균이 그렇다는 것이고 남가주 일부 지역과 라스베가스를 비롯한 네바다와 애리조나는 70~80%까지 폭락한 곳도 흔했다.
그 후 경기회복과 함께 집값도 많이 올랐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집값 동향은 버블 이전과는 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지역은 아직도 최고치에서 20% 정도 낮은 가격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은 이미 최고치를 한참 넘어섰다. 그중 대표적인 곳의 하나인 샌 개브리얼 밸리의 아케디아 일대는 지금 중간가격이 130만 달러로 그때보다 30%가 더 올랐는데도 매물이 없어 나오기가 무섭게 팔린다.
최고치를 갱신한 남가주 12개 집코드 가운데 6개가 샌 개브리얼 밸리에 몰려 있다. 아울러 조기 유학생들의 메카이자 환경이 좋기로 이름난 어바인, 그리고 베니스와 컬버 시티 등 서쪽지역도 인기가 있다.
LA 다운타운 차이나타운 동쪽에서 하시엔다까지 이어지는 광대한 지역은 아시아를 제외하고는 중국인들이 제일 많이 산다는 중국 커뮤니티의 본산이다. 이곳을 지나노라면 울긋불긋한 한자 간판에 화려한 네온사인,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모두 중국인으로 미국인지 중국인지 분간이 가질 않는다. 샌 개브리얼 밸리가 아니라 ‘차이나 밸리’로 불러야 할 판이다.
지금도 많은데 중국의 소득이 높아지면서 더 많은 돈과 중국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미세먼지와 공해로 숨도 쉬기 힘든 중국에 살던 중국인들이 남가주에 한번 와 보면 맑은 공기와 좋은 날씨에 반해 가격을 묻지 않고 집을 사는 것이 요즘 추세다. 하이텍 기업들이 몰려 있어 소위 ‘실리콘 비치’로 불리는 LA 서쪽 바닷가는 첨단 기술로 떼돈을 번 젊은 기업가들이 역시 돈을 물 쓰듯 하며 집값을 올리고 있다.
하이텍 분야에 관한한 미국의 우위는 당분간 흔들리지 않을 것이고 중국 경제의 성장도 오랫동안 계속된다고 봐야 한다. 이 추세가 변하지 않는 한 ‘실리콘 비치’와 ‘차이나 밸리’의 집값은 오를 것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부동산 투자를 생각한다면 어디에 물건을 사야할 지가 자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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