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96.6%가 맞는가. 이제 와서 따져보아야 부질없는 숫자 놀음이다. 애당초 정해진 각본에 따라 연출된 소극이었으니까.
투표의 문항부터가 그렇다. ‘러시아와 합병’과 ‘독립’여부만 묻는 식으로 단 둘이었다. 그 주민투표를 원주민 격인 타타르인들과 우크라이나인들은 보이콧했다.
전체 인구에서 이 두 민족그룹이 차지하는 비율은 38%. 그런데 발표된 투표율은 83%다. 어째서 이런 수치가 가능했나. 이 역시 따져보아야 부질없는 일. 어찌됐든 러시아 여권을 가진 사람들이 떼로 몰려와 투표를 했다는 게 당국의 발표다.
러시아군이 주둔해 공포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다. 일방적 선전선동만 이루어진 가운데 투표일을 두 번씩 바꾸었다. 그런 해프닝 끝에 투표는 한 주 만에 전격 실시됐다. 개표결과 96.6%, 압도적 다수가 러시아와의 합병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거다.
2014년 3월16일 치러진 크림반도 주민투표의 대략적인 전말이다.
‘우크라이나의 사지를 잘라냈다-. 이코노미스트의 보도다. ‘샷 건 주민투표다’-. 블룸버그 통신의 논평이다. 총을 들이대고 합병 지지를 끌어낸 주민투표라는 말이다.
그 다음 수순은 어떻게 이어질까. 러시아와의 합병 구실은 마련됐으니까 이제는 절차만 남은 셈이다. 푸틴의 꿈은 그러면 그로 그칠까. 또 다른 소용돌이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본토’까지 손에 넣기 위해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배치된 병력이 대폭 증강됐다. 일부 러시아군 부대는 이미 우크라이나 영내에 침투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도네츠크, 루간스크 등지, 그러니까 러시아계 인구가 많은 우크라이나 동남부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일고 있다. 친 러시아 시위가 잇달고, 뒤이어 유혈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 사태야말로 푸틴으로서 내심 바라던 것이 아닐까.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 한다’- 이것이 6년 전 그루지야 침공의 구실이었다. 그런데 러시아계 주민이 우크라이나 극우세력에게 피살됐다. 그러니.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라트비아, 몰도바 등 과거 소련의 지배를 받던 나라 국민들의 입장이다. ‘대만주민들도 같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내셔널 인터레스트의 지적이다.
대만과 중국, 양안 관계가 차츰 경색되고 있다. 베이징 측의 정치적 압력이 거세지면서. 그런 정황에서 푸틴의 도박이 성공할 경우 베이징도 비슷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베이징이 특히 주시하고 있는 대목은 서방의 무능이다. 6년 전 이미 서방은 그 같은 약점을 드러냈다. 비슷한 상황이 다시 벌어지면 베이징의 생각도 슬며시 달라진다. 그리고 동북아에서 엉뚱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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