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슈 진단
▶ 크림반도에 러시아 영향력 확고히, 서방과의 차후 협상서 유리한 고지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이 크림반도에서 발 빠른 대응으로 기선을 휘어잡으며 우크라이나 사태의 전반적인 상황을 유리한 쪽으로 끌어오는데 성공했다.
친서방 성향의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 크림 자치공화국 내 친 러시아계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 청사를 점검하는 등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긴장이 고조되자 푸틴은 지난주 인접지역 군부대에 비상 군사훈련을 지시하고 군병력을 이동시키는 등 곧바로 고강도 ‘압박작전’을 구사했다.
러시아계가 주민의 60%를 차지하는 크림반도에 대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통제력을 사전에 봉쇄하고 이곳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이 러시아의 직접적 영향권 아래 있다는 메시지와 강력한 기득권 수호 의지를 확고한 행동으로 보여준 셈이다.
친서방 성향인 우크라이나 야권의 득세로 어려운 입장에 몰렸던 푸틴은 무력시위를 앞세운 신속하고 기민한 대응으로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의 기를 꺾어 놓으면서 친러 정권 붕괴 이후 불과 1주일 만에 물꼬를 유리한 방향으로 틀어놓았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는 물론 서방과의 차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그는 4일을 기해 지난 1주간 실시해온 서부·중부 군관구의 비상훈련을 중단하고 군 병력의 원대복귀를 명령하는 한편 “크림 자치공화국을 합병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대내외에 천명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와 서부 지역의 혼란 사태가 동부 지역과 크림으로 확산할 경우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혀 국제사회의 제재 압력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푸틴은 또 우크라이나 야권세력이 친 러시아계로 분류되는 빅토르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밀어내고 중앙권력을 장악한 것은 ‘반 헌법적 쿠데타’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는 우크라이나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분하에 러시아에 군사개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야누코비치의 합법성을 인정함으로써 향후 있을지도 모를 군사개입의 명분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전세계에 크림반도가 러시아의 절대적 영향력 아래 있다는 사실을 재 입증해 보인 푸틴은 새로 들어설 우크라이나 중앙정부에 야누코비치가 이끌던 ‘지역당’ 소속 정치인들을 대거 밀어 넣으려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5월 말로 예정된 조기대선에도 지역당 출신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방 관측통들은 푸틴이 기를 쓰고 키예프의 새 정치판을 친러 계열로 재구축하려 드는 가장 큰 이유로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 경제권으로 통합되는 것을 막고 대신 자신이 추진 중인 구 소련권 경제통합체 ‘유라시아경제연합’(EEU)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라고 지적했다.
<김영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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