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 제 - 한미여성회 할머니들 저소득층·미혼모 위한 봉사
▶ 재봉틀 돌려 만든 아기 옷가지·담요, 그동안 2만여개 전달
30년 가까이 할리웃 장로병원의 신생아들을 위한 배냇저고리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김정옥(맨 앞줄 왼쪽 두 번째) 할머니와 봉사자들이 손수 만든 옷을 들어 보이고 있다.
백발의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둘러 앉아 쉴 새 없이 재봉틀을 돌리며 신생아 옷을 만드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 한쪽에서는 또 다른 할머니들이 손재주를 이용해 재봉틀로 박음질 할 수 없는 부분을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사랑을 담는다.
지난 30년간 할리웃 장로병원에서 저소득층이나 미혼모들의 신생아들을 위해 배냇저고리를 만든 자원봉사자들의 이야기다. 주인공은 한미여성회(KAWA) 소속 12명의 한인 할머니들이다.
이들은 매주 둘째ㆍ넷째 주 화요일에 할리웃 장로병원의 빈 사무실을 빌려 하루 4시간 동안 배냇저고리 30벌과 담요 30장 등 지난 27년간 총 2만여개의 저고리와 담요를 만들어 신생아들에게 전달했다. 가장 나이가 적은 봉사자가 76세로 봉사자들은 고령의 나이지만 봉사에 대한 열정만큼은 10대에 뒤처지지 않는다.
올해 88세로 최고령 봉사자이자 27년 전 창립멤버인 김정옥 할머니는 “나이가 들어도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사할 따름이죠”라며 “90세를 바라보는 나이지만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감사하며 생의 마지막 날까지 배냇저고리 봉사를 멈추지 않고 계속 할 겁니다”라고 말했다.
놀웍에 살면서도 모임 때마다 편도 2시간이나 걸리는 버스를 타고 참석하고 있는 조옥희(85) 할머니는 버스노선이 변경되는 바람에 버스와 지하철 등 4번 이상 환승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불편함이 있지만 한 달에 두 번 저고리 봉사 날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조 할머니는 “뭔가 일을 할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며 “왕복 4시간 환승도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한미여성회의 배냇저고리 봉사팀은 지난 1987년 도로시 닐러스가 해오던 봉사를 도와주다 정례화 됐으며 27년간 저소득층과 미혼모에게 아기 옷을 제공하던 전통은 꾸준히 이어 왔다.
그동안 초대 봉사팀 등 세상을 떠나거나 고령의 나이로 은퇴한 분들도 많았지만 뜻을 따르는 12명의 자원봉사자들은 재봉틀을 열심히 돌리고 있다. 이들의 노력 덕분에 할리웃 장로병원의 신생아들은 적어도 옷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들의 봉사에 대한 답례로 병원 측은 봉사 당일 점심을 대접하고 매년 호텔을 빌려 감사파티를 열어준다.
27년간 한결 같이 봉사를 이어온 이들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옷을 만들어주기 위해 최신식 재봉틀을 구입하는 것이다. 어머니 이정연 여사에 이어 2대째 배냇저고리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은희 고문은 “최신식 재봉틀로 아이들에게 더 완벽하고 좋은 옷을 선물해 주는 것이 봉사자들의 작은 바람”이라며 아름다운 전통을 살릴 수 있도록 한인사회의 관심과 후원을 부탁했다.
<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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