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화제를 모은 금메달리스트 가운데 체코의 스노보드 여자 크로스 선수인 에바 삼코바(21)가 있다. 삼코바는 개막 전부터 독특한 미신으로 화제를 뿌렸는데 그녀는 경기에 나설 때 반드시 콧수염을 그린다.
그녀가 행운을 빈다는 의미로 콧수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부터. 콧수염을 그리고 출전한 첫 대회에서 5위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한 그녀는 좋은 성적이 콧수염 덕분이라 믿기 시작했으며 이후 대회 출전 때마다 어김없이 콧수염을 그렸다.
물론 그녀는 콧수염을 그리고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 그녀의 감독은 “완전 실력으로 금메달을 딴 것이지만 콧수염에 대한 삼코바의 믿음이 심리적인 안정을 가져다 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운동선수들은 경기 중 혹은 경기 시작 전 특정한 행동을 반복하거나 삼가면서 심리적 안정을 찾는다. 이런 행동들은 흔히 징크스(jinx)라 불리는데 징크스는 고대그리스에서 마술에 쓰던 딱따구리의 일종인 개미잡이(jynx torquilla)라는 새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스포츠에서 승부는 항상 불확실하다.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고 이것이 안겨주는 불안감이 높아 징크스가 작용할 여지가 다분하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은 삼코바처럼 독특하지는 않아도 대부분 자기만의 징크스가 있다. 행운을 가져다주는 속옷을 입는다든지 수염이나 손톱 등을 깎지 않는 것 등이 가장 흔하다.
부적의 힘도 마찬가지다. 부적 덕분에 어떤 액운을 피하거나 성공을 거뒀다고 믿을만한 계기가 생기면 영험함에 대한 확신이 든다. 올림픽에서 가장 유명한 사례는 영국의 세단뛰기에서 금메달을 딴 영국의 조너선 에드워즈다. 에드워즈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17m71을 뛰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경기 전 자신의 가방을 열고 무언가를 응시했다. 그것은 정어리 통조림이었다.
독실한 크리스천이었던 에드워즈는 정어리 통조림을 보며 ‘오병이어’의 기적을 떠올렸다는 것이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그랬던 그가 지금은 무신론자가 됐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잘못된 믿음이었음에도 효과는 확실했다”고 말한다. 유명 축구감독인 아르센 벵거의 “잠재력을 최대한 뿜어내는 선수들은 모두 마음에서 의심을 몰아내는 힘을 가졌다”는 지적이 여기에 딱 들어맞는다.
비단 운동선수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무수한 징크스와 미신이 있다.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행동주의 학파의 대표적 심리학자인 스키너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행동은 보상이나 처벌을 받은 경험에 의해 결정된다고 했다. 징크스와 미신 역시 이런 경험의 산물이다.
게다가 이런 것들을 통해 얻은 심리적 안정감이 긍정적 성취에 기여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니 과학적 분석을 통해 징크스의 합리성을 따지려 드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
삼코바가 만약 다음 올림픽에서 은메달에 머문다면 그녀는 분명 이렇게 말할 것이다. “콧수염 덕분에 동메달이 아닌 은메달을 딸 수 있었다.” 믿음은 쉽게 깨지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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