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놀룰루 와이키키에서 30년 동안 보석상으로 생계를 꾸려온 문숙기(72·사진) 할머니는 고향이 그리울 때마다 ‘책’을 들었다. “내가 말을 잘 못해요”라고 수줍어한 문 할머니는 “16년 전 주정부가 한국도서 구입비 2,500달러를 중단한다잖아요. 도서관 본관을 찾아가서 ‘너네 우리들 세금은 받고 책은 보지 말라는 것이냐’고 따졌죠. 한인으로 자존심이 상했어요”라고 운을 뗐다.
문숙기 할머니는 도서관 관계자에게 호통 아닌 호통을 치고 그 자리에서 2,500달러를 기부했다. 현재 맥컬리 주립도서관의 자랑이 된 ‘한국도서 코너’(현재 장서 2만여권)은 그렇게 시작됐다.
문 할머니는 주정부가 예산난을 이유로 맥컬리 도서관 내 한국도서 코너 운영관리를 부탁하자 ‘한국도서재단’을 설립했다.
15년이 흐른 지금, 맥컬리 주립도서관은 미국 내 도서관 중 가장 많은 한국도서를 소장하게 됐다. 도서관 이용자의 25%는 독서삼매경에 빠진 한인과 한국 드라마, DVD를 보는 한류 팬이다. 한국도서코너는 한 해 대출실적만 7만여권에 달할 정도로 지역사회 명소가 됐다.
양아들을 의사로 키운 문숙기 할머니는 주립도서관 한국도서 코너를 ‘늦둥이 자식’처럼 여긴다. 현지인들이 우리네 문화를 책과 DVD로 접할 때 한국과 한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기 때문.
문 할머니는 2010년 7월 폐암 말기 선고 직후 전재산 200만달러 상당의 아파트 건물 소유권을 재단에 기부, 하와이 주정부와 지역사회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남편은 부부가 소유한 주택 매매가의 50%마저 한글도서 코너 확장에 쓰는 일에도 흔쾌히 동의했다.
1998년 하와이 주정부는 문숙기·유진 부부의 사회공헌을 인정해 ‘주지사 수여 킬로하나어워드’(Governor’s Kilohana Award)를 수여했다. 2011년 호놀룰루시는 문숙기 할머니를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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