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는 인간이 사용한 도구가 무엇이었나를 기준으로 해 나뉜다. 석기 시대, 청동기 시대, 철기 시대 등이 그 예다. 개개인의 능력보다 사용하는 도구가 어떤 것이냐가 어떤 삶을 사는 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돌멩이를 든 사람과 강철로 만든 칼을 든 사람이 싸운다면 그 결과가 어떠리라는 것은 뻔하다. 16세기 유럽인들의 아메리카 정복사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근대에 들어와서도 이 원리는 바뀌지 않았다. 미국이 아메리카 원주민을 몰아내고 서부를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새뮤얼 콜트의 공이 크다. 그는 그전까지 가내 수공업 식으로 만들어지던 총기 제조를 부품 규격을 단일화시킴으로써 대량 생산 체제로 바꿨다. 값싸고 부품 교환이 가능하며 정교한 콜트 리볼버는 서부 개척민들의 필수품이 됐으며 콜트를 당대의 갑부로 만들어줬다.
그보다 무기가 인류 역사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 것으로 막심 기관총을 빼놓을 수 없다. 1884년 영국의 히람 막심이 만든 인류 최초의 기관총인 막심은 1898년 수단의 옴두만에서 일어난 5만의 아랍 대군과 8,000명의 영국군 간의 전투에서 그 위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아랍 군은 수적 우위를 믿고 돌격을 거듭했지만 우박 같이 쏟아지는 막심 기관총 세례 앞에 속수무책이었다. 9월 2일 하루 전투에서 아랍 군은 1만 명이 죽고 1만3,000명이 부상당했으며 5,000명이 포로로 잡혔다. 영국군 피해는 사망 47명, 부상 382명이 전부였다. 영국은 막심의 위력에 힘입어 아프리카의 절반과 인도, 버마 등 동남 아시아 일부를 식민지로 거느리며 ‘해가 지지 않는 나라’의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막심 못지 않게 세계 역사를 바꿔놓은 무기가 있다. AK-47이다. ‘1947년에 만들어진 자동 칼라슈니코프’라는 뜻의 이 자동 소총은 인류 역사상 가장 널리 보급된 무기다. 전 세계 50개국 군대의 주력 무기일 뿐 아니라 마약 딜러와 갱단 테러리스트, 혁명군이 가장 좋아하는 무기다. 월남전에서 베트콩에게 승리를 안겨준 것도 이것이고 르완다 내전 때 80만 투치 족을 학살한 것도 이것이며 사담 후세인, 오사마 빈라덴이 가장 좋아했던 무기도 이것이다.
이 무기가 이처럼 사랑 받는 것은 어린 아이도 30초면 조립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면서도 습기 찬 정글이나 모래바람이 날리는 사막에서도 고장 나지 않고 작동하기 때문이다. 제2차 대전 후 제3세계 국가의 반식민지 투쟁과 회교 테러 집단의 번성도 이것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 AK-47을 만든 미하일 칼라슈니코프가 23일 94세를 일기로 러시아의 우드무르시아 공화국에서 죽었다. 이런 대량살상 무기를 만든 사람치고는 참 오래 살았다. 물론 이 무기가 테러리스트의 사랑을 받게 된 것은 그의 잘못이 아니다. 그는 오직 조국 러시아를 지킬 최고의 무기를 개발하겠다는 일념으로 이를 만들었을 뿐이다.
그런 그도 말년에 자신의 작품이 무고한 인간을 대량살상 하는데 쓰여지는 것을 보고 “차라리 재봉틀을 만들 걸 그랬다”고 후회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인간이 인간을 죽이는 일이 그치지 않는 한 그가 아니었더라도 누군가 비슷한 것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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