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프란시스는 원래 비단 장사집 아들이었다. 부자 아버지를 둔 덕에 호화로운 청년 시절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계시를 받고 모든 부를 버린 후 거지들과 함께 지내며 길거리에서 설교를 하기 시작했다. 점점 추종자들이 불어나자 교황은 그가 세운 프란시스코 수도회를 정식으로 인정했고 그는 나중에 성자 반열에 오른다.
그는 동물을 특히 사랑해 새들에게까지 설교를 했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그는 동물의 수호 성자로 그의 축제일인 10월 4일에는 동물들을 축복하는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크리스마스 때면 볼 수 있는 예수 탄생 무대 장식도 그가 처음 시작한 것이다.
올 3월 교황으로 선출된 호르헤 베르골리오는 교황 이름으로 프란치스코를 선택했다. 요즘 와서는 그가 왜 그 이름을 선택했는지가 분명해지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달 5만 단어에 달하는 교서에서 ‘돈의 숭배’를 비난하고 이는 ‘새로운 압제’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일부에서는 자유 시장을 통한 경제 성장이 보다 큰 정의와 포용을 가져올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에 의해 검증된 적이 없고 경제 권력을 가진 자의 선의를 순진하게 믿는 것”이라 주장했다.
청소부와 나이트클럽 문지기 출신인 교황이 과거에도 가난한 자에 대한 관심과 동정을 보낸 적은 있지만 이처럼 자본주의 체제를 정면으로 비판한 것은 처음이다. 첫 남미 출신 교황으로 각광을 받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발언으로 리버럴 미디어의 열렬한 박수갈채를 받고 있다. 타임지는 이번 주 ‘올해의 인물’로 그를 선택했다.
70년대 이후 중산층의 실질 임금은 전혀 오르지 않고 있는 와중에 2008년 금융 위기로 폭락했던 주식과 부동산이 원위치를 회복하면서 이를 주로 갖고 있는 부자들의 재산은 급속히 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그럼에도 의외로 많은 미국인들이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개입해야 한다는 미국인은 45%, 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46%였다.
미국은 황무지를 개간해 자수성가한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전통이 아직 남아 있다. 소위 ‘아메리칸 드림’이 그것이다. 반면 유럽은 빈부 격차 해소를 위해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믿음이 강하다. 1917년의 볼셰비키 혁명은 그 믿음의 끝이었다. 그러나 이제 볼셰비키 혁명을 지지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 결말이 어떻게 났는지를 봤기 때문이다.
부를 창출하는데 시장과 정부 어느 쪽이 효과적인가 하는 시합은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산업혁명 이후 시장 경제를 택한 나라 국민의 생활은 꾸준히 향상됐고 그렇지 않은 나라 국민의 삶은 바닥을 기었다. 미국과 소련, 한국과 북한의 예가 이를 분명히 보여준다. 가난한 자에 대한 배려는 가상한 일이지만 시장과 정부 어느 쪽이 진정으로 빈곤을 추방할 수 있는 수단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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